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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이공계 나와 행시로 공직 30년… 이제야 물 만난 `K-과학 전도사`
내용

 

입력2023.02.23. 오후 6:35   수정2023.02.23. 오후 6:36

 

정통 과학기술 관료로 근무하다 2006년 과학관과 첫 인연

열린 생각·유연한 정책 강점… 과학문화현장 새로운 시도

"4족보행 로봇이 뛰어다니는 흥미로운 공간 만들고 싶어요"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국립중앙과학관 취임 1년 이석래 관장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로봇'이 과학관 안을 뛰어다니는 것처럼 흥미로운 전시 콘텐츠를 선보여서 과학기술과 사회문화를 잇는 공간을 만들겠습니다."

이석래(56·사진)국립중앙과학관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기 쉬운 과학기술을 국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재미있고 즐거운 과학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행시 40회로 공직사회에 입문한 이 관장은 30년 가까이 과학기술 정책 입안자로 일하다 과학문화 전시·교육을 통해 국민들과 소통하는 과학문화 대중화의 최일선 자리로 옮겼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서울대 농업생물학과를 졸업한 이과 출신임에도 기술고시가 아닌 행정고시에 도전해 공직에 들어섰다. 전통 과학기술 관료인 이 관장은 과기부 생명기술과장, 연구개발정책과장, 성과평가정책국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조성추진단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2월 1급 승진과 함께 중앙과학관장에 취임했다. 지난 2006년에는 중앙과학관 혁신팀장으로 근무하며 과학관과 첫 인연을 맺었다.

중앙부처에 근무할 당시에도 보통의 공무원들보다 생각이 열려있고 정책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강점이었던 그는 과학문화 현장에서 물을 만난 듯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과학관은 중앙부처와 달리 국민 가까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가 대부분이다 보니 하는 일이 180도 달라졌다"면서 "관람객들이 재미있고 즐겁게 관람하는 모습을 보면 일에 대한 보람이 크다"고 과학관 업무의 매력을 소개했다.

이 관장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과학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외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전시·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직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른 과학관과 차별화된 전시 콘텐츠와 첨단 전시 기법,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 과학관으로 위상을 다지기 위해서였다.

그는 "과학관은 무엇보다 국민들이 과학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재미를 느끼게 해 줘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과학관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과학적 합리성과 객관성, 창의성을 키우도록 도와 합리적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수요자 맞춤형 과학문화 확산, 복합과학체험랜드 조성, 기업관 유치, 한국전통과학기술사 국제 순회 전시 등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과학관 방문이 어려운 국민들에게 과학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수요자 맞춤형 과학문화 확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어른, 성인, 청소년 등 수요자 맞춤형 전시 프로그램을 15가지 패키지로 구성해 작년 시범 운영한 데 이어 각 지자체의 도서관, 학교, 행정복지센터 등에서 다음달부터 11월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기업관 유치에도 팔을 걷어부쳤다. 이 관장은 "기업들이 혁신 기술과 제품 발전 과정을 관람객들과 공유하고, 기업 브랜드와 이미지를 높이도록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화, 포스코, 코레일 등과 함께 기업관 조성을 논의하고 있다.

이 관장이 올해 가장 힘을 쏟는 일은 'K-사이언스'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실물과 첨단 디지털미디어 콘텐츠를 미국, 독일, 영국 등에서 전시하는 '한국전통과학기술사 국제 순회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1400년부터 1450년 사이 전 세계 주요 과학 업적을 살펴보면 중국이 5건, 일본이 0건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9건에 달한다. 우리가 과학기술에서 압도적으로 앞서 있었다는 의미"라면서 "선조들의 이런 우수한 과학적 유산을 해외에 알려 K-팝, K-드라마에 이어 K-사이언스 붐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첨성대, 천상열차분야지도, 대동여지도, 동의보감 등 다양한 과학유산에 프로젝션 맵핑 같은 첨단 디지털 전시기법을 적용해 전시품을 만들 계획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새로운 과학관 역할 정립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관장은 "최근 평일에는 단체 관람객, 주말에는 가족단위 관람객을 중심으로 과학관이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며 "올해는 수학여행이나 단체 견학 관람객 유치를 통해 코로나 이전으로 부활시키고, 대전시와 협력해 과학관을 수학여행 코스로 만드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관람·전시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온라인 전시 콘텐츠 개발과 메타버스형 온라인 과학관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관장은 "팬데믹 기간 5개 국립과학관의 특별전을 모아 구축한 '온라인 특별전 VR(가상현실) 전시관'에는 지금까지 16개 특별전이 업로드됐고, 오픈한 지 2주 만에 접속자가 1만6000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며 "메타버스에서 관람객들이 과학을 자연스럽게 즐기고 체험하는 '메타버스형 온라인 과학관'도 만들어 올해부터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장은 과학관을 전시·체험 공간을 넘어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과학관이 전시하면 국민들이 와서 관람하는 일방적 과학문화 서비스에 그쳐선 안 된다. 앞으로의 과학관은 관람객들이 일상 생활 속 과학기술을 주제로 더 풍부하게 소통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과학기술이 국민의 삶 가까이에 와 닿고, 일부는 체현돼 있다는 것을 과학관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중앙과학관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이준기 기자(bongchu@dt.co.kr)

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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