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4.11. 오후 3:50   수정2023.04.11. 오후 10:21

사내 메신저·스마트 스피커 등 기존 제품에 적용
美 제재에 반도체 확보 관건…中 정부는 AI 규제 나서

대니얼 장 알리바바 CEO(가운데)가 2021년 6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물류 회의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1.06.10.ⓒ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채팅로봇(챗봇) '퉁이 첸원'을 전격 공개했다. 알리바바는 미국의 챗GPT와 유사한 퉁이 첸원을 스마트 스피커 등 기존 자사 제품에 접목한다는 구상이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다니엘 장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알리바바 기술 회의에서 퉁이 첸원을 시장에 선보였다.

이 자리에서 장 CEO는 퉁이 첸원이 알리바바의 사내 메신저 시스템인 딩톡에 먼저 적용돼 각종 이메일과 사업 제안서 초안을 작성하는 데 활용된다고 말했다. 이후 알리바바의 음성인식 스피커인 티몰 지니 등에 퉁이 첸원 기술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장 CEO는 기조연설의 상당 부분을 알리 클라우드에 할애하면서 퉁이 첸원을 활용해 자사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객 모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알리 클라우드는 퉁이 첸원을 기업 고객에 개방해 고객들이 자신만의 맞춤형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7일에는 일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퉁이 첸원의 베타 버전을 테스트할 수 있는 초대 코드를 발송하기도 했다.

장 CEO는 이날 별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생성 AI와 클라우드 컴퓨팅에 의해 구동되는 기술적 분수령에 와 있다"며 "전 분야의 기업들이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정보 혁신을 수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매진해 왔다. 지난해 알리바바의 글로벌 연구기관인 다모 아카데미는 10조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로 구성된 멀티모달 AI인 'M6'를 발표했다.

멀티모달은 시각·청각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나드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알리바바는 M6를 자사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하나인 타오바오에 적용해 상품 검색 및 추천 기능에 활용하고 있다.

알리바바 외에도 최근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앞다퉈 AI 챗봇을 공개한 뒤 기존 자사 서비스에 편입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바이두가 자체 개발한 AI 챗봇 '어니봇'을 내놓은 뒤 이를 검색엔진 서비스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일에는 AI 스타트업 센스타임이 AI 챗봇 '센스쳇'을 선보였다.

다만 중국 AI 업체들이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첨단 AI 기술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이 갈수록 거세진 가운데 미국이 중국 반도체·AI 기업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출 규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은 첨단 반도체, 슈퍼컴퓨터용 반도체, 특정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 통제 방침을 공개하며 28개 기업을 수출 통제 명단에 올렸다. 12월에는 중국 내 AI 연구소 및 기업 21곳으로 통제 대상을 확대했다. 아직까지 알리바바를 직접 겨냥한 제재는 나오지 않았지만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여기에 중국이 최근 AI 규제를 시사한 것도 부담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AI 사용을 규제하기 위한 다양한 규칙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겉으로는 AI 안전성을 높여 산업 전반에서 활용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체제 유지를 위한 사전 검열에 가깝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중국 규제 당국은 텐센트·알리바바 그룹 등 자국 IT기업에 자사 서비스에서 챗GPT 사용을 금지하도록 은밀히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식 기자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