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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06-19 10: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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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우린 결국 성공하고 말 것"... 중국 반도체의 희망회로는 이렇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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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린 결국 성공하고 말 것"... 중국 반도체의 희망회로는 이렇게 돌아간다
내용

 

입력2023.06.19. 오전 10:01

 

[중국 반도체 굴기의 현주소: 성장 방정식] 
중국 내부에서 본 '반도체 성공의 길'

편집자주

중국 반도체 기술이 한국을 맹추격 중입니다. 중국 반도체 수준은 어디까지 올라왔고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까요? 미국과의 반도체 전쟁을 버텨낼 수 있을까요? 한국일보가 상세히 짚어봤습니다.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해 7월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회의에 참석해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2022년 미국의 반도체법 통과로,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분업'에서 '반세계화'로 전환될 것이다. 앞으로는 중국과 미국 2개 진영이 주도하는 반도체 내부 순환이 열릴 것이다.

올해 1월 중국 저상증권 전문보고서



중국에선 "우리가 결국엔 반도체 독립에 성공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주류를 이룬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으려는 트럼프·바이든 행정부의 연이은 제재에도, 오히려 미국의 공격이 반도체 자립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과연 이것이 중국의 허장성세인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자신감의 표현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중국 반도체와 직접 경쟁을 하는 한국 입장에서, 중국의 성공 여부를 그저 손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지피지기가 필요한 시점. 중국이 왜 저렇게 자신감이 넘치는지, 그들 내부의 생각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서방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을 분석하는 보도는 자주 나오지만, 중국 안에서 반도체 굴기의 앞날을 어떻게 보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한국일보는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본사를 둔 저상증권(浙商證券)이 올해 1월 발간한 '2023년 반도체 미래 10대 산업 트렌드 예측'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와 업계가 스스로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점검했다. 저상증권은 저장성에서 국유자산으로 운영되는 최초의 상장 증권사. 창장 델타지역(장강 삼각주)에 속하는 저장성은 반도체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지역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견제 목적 정책. 그래픽=김대훈 기자
 

①낮은 단계부터 시장 장악



저상증권 보고서가 제시한 첫 번째 예측은 "성숙공정이 중국 반도체 공장 확장의 주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서 성숙공정은 첨단공정의 하위 개념으로, 반도체의 회로 선폭이 28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이상인 구형 공정을 일컫는다. 미국 상무부가 3월 반도체·과학법의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제시한 '가드레일 조항'에서도 28나노가 첨단 반도체와 범용(레거시) 반도체를 가르는 기준이다. 가드레일 조항은 보조금 수혜 기업이 10년 동안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5% 이상 증설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첨단 반도체는 ①28나노미터 이하 로직 반도체 ②18나노미터 이하 D램 ③128단 이하 낸드플래시 등을 말한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대응하는 중국의 첫번째 전략은 '우선 비규제 영역에서 최강자가 되자'는 것이다. 저상증권 보고서에도 중국이 미국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 28나노 이상 성숙공정에서 반도체 생태계를 충분히 조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중국이 공략하려는 범용 기술은 최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입을 막는 미국의 제재에서 자유롭다. 28나노 이상 공정은 중국으로의 수출이 금지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없어도 가능하다. 보고서는 "현재 성숙공정에 사용되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는 일본과 유럽이 통제하고 있으며, 미국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DUV는 EUV보다 한 세대 이전 장비다.

보고서는 "스마트폰을 제외한 자동차, 스마트 가전용 반도체는 성숙공정만으로도 생산이 가능하다"며 성숙공정 반도체를 중국 내에서 소화할 수요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공급망을 다년간 연구해온 주대영 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제재로 인해 중국이 자력으로 첨단기술 단계에 진입하기 어려워져, 중국 정부는 자급률 향상을 위해 장비 수입의 제한을 받지 않는 레거시 공정을 우선적으로 투자해 생산 능력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예측한 반도체 미래 10대 산업 트렌드. 그래픽=김문중 기자
 

②서방의 반도체 분업 시대는 끝



중국이 추진 중인 두번째 전략은 '중국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다른 반도체 강국들이 국제분업 체제를 갖춘 것과 달리, 중국 내부에 설계-제조-후공정 등 반도체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미국이 칩을 설계하고 △네덜란드와 일본이 장비 및 소재를 책임지며 △한국과 대만이 칩 제조를 담당하는 협업 구조가 곧 붕괴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한 저상증권 보고서는 2018년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분업 구조의 분열을 촉발했으며, 이로 인해 반도체 가치사슬이 ①중국 내부 순환(국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 시작) ②미국 내부 순환(설계, 장비) ③중간 순환(유럽-노광설비, 일본-재료, 대만·한국-파운드리) 등 세 갈래로 나뉘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지난해부터 반도체 제조 기반을 자국 땅에 유치하려는 미국의 적극적 공세가 시작됨에 따라, 반도체 공급망은 결국 △중국 중심 △미국 중심의 2개 진영으로 양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의 이런 예측에 대해 박한진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초빙교수는 "매우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만약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성공한다면, 중국이 반도체 연구개발의 중심지가 되고 전체 아시아 지역을 반도체 제조기지 또는 공급처로 삼으려고 할 것"이라며 "중국이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의 제일 꼭대기에 올라가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분업→반세계화 4단계 과정. 그래픽=김문중 기자
 

③28나노로 7나노 성능을



저상증권 보고서는 또 중국이 미국 제재를 돌파해 첨단기술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다양한 '우회로'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칩렛(chiplet) 기술의 활용이다. 칩렛은 여러 기능별로 쪼갠 반도체를 하나로 묶는 공정이다. 칩렛 기술은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가 창안한 무어의 법칙(2년마다 반도체 집적도 2배 증가)을 이어갈 신기술로 최근 주목 받고 있다. 선폭 회로를 줄이는 방식으로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첨단공정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칩렛은 포스트 무어 시대를 이어갈 열쇠일 뿐만 아니라, 첨단 제조 공정을 중국 내 배치하기 위한 해결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칩렛 기술을 활용할 경우, 성숙공정(28~135나노)으로 만든 반도체로도 첨단공정(7~14나노) 반도체와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인텔과 ARM 등 미국과 영국이 독점하다시피한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도 타개책이 제시됐다. 개방형 무료 설계 자산인 '리스크 파이브'(RISC-V)는 중국에겐 대외 의존도와 라이선스 비용을 낮출 수 있는 혁신적인 기회로 꼽힌다. 저상증권 보고서는 "현재 중국 대부분의 반도체는 외국 회사의 지적 재산권(IP) 인증 또는 아키텍처 인증을 기반으로 한다"면서 "개방형 설계 자산인 리스크 파이브는 IP 독립을 위한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비영리단체인 리스크 파이브 재단의 주요 회원 22명 중 12명은 중국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국산화 5.0 전략. 그래픽=김문중 기자
 

④반도체 사이클 내년부터 반등



아울러 보고서는 향후 반도체 사이클이 바닥을 찍고 내년 1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기적으로도 반도체 중국화의 꿈을 달성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뜻이다. 세계 경기기 회복되면 휴대폰, 스마트 가전, 스마트 자동차 등의 수요가 회복되고, 반도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발맞춰 올해는 반도체 공급망 전과정을 연동시키는 '국산화 5.0'을 추진한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중국 반도체 산업은 완전하지만 강하지 않고, 반도체 산업 사슬의 모든 연결부에 중국 기업이 있지만 전체(생태계)는 후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개별 기업의 발전은 미국 제재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좋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완전히 독립적인 제조를 실현하며, 내부 순환을 개통한 뒤, 국내 시장 우위에 의존해 반도체 산업 사슬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현지 반도체 투자업계에서 활동하는 이병덕씨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전후방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큰 도움을 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전자회사들이 중국 반도체를 쓰고, 중국 반도체 회사들은 중국 팹리스를 쓰고 있다"며 "게다가 미국의 장비 제재로 미국 장비를 못쓰게 되니 중국 장비도 적극 활용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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