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5.24. 오전 7:47 수정2023.05.24. 오전 10:18
60일 동안 침대 누워 우주환경 모사
우주에선 머리에 피 몰리고 근육 약화
자전거 타기로 대응 가능한지 조사
유럽우주국(ESA)은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 신체가 겪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남성 12명을 두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있도록 하면서 자전거 타기와 원심분리기 회전 시험을 했다./ESA
유럽우주국(ESA)은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 신체가 겪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남성 12명을 두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있도록 하면서 자전거 타기와 원심분리기 회전 시험을 했다./ESA
두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있기만 헤도 2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심심하면 가끔 누운 채 실내 자전거를 타면 된다. 아침마다 출근 전쟁을 벌이는 직장인들에게 행복한 상상처럼 들리지만, 인류의 우주 탐사를 위해 실제로 마련된 의학 연구 현장이다.
유럽우주국(ESA)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우주에서 인체가 경험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BRACE(인공 중력을 이용한 침상 안정 및 사이클링 운동의 영어 약자) 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영화 속 외계인처럼 변하는 우주비행사
이번 연구에 자원한 사람들은 늘 한쪽 어깨를 침대에 댄 자세를 유지한 채 원심분리기처럼 회전하면서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그 대가로 각자 1만8000유로(한화 2564만원)를 받는다.
20~45세의 남성 지원자 12명이 참여해 현재 88일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들은 연구 기간 중 60일은 머리 쪽이 수평보다 6도 아래로 기울어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식사나 샤워,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항상 한쪽 어깨를 침대 매트리스에 댄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유럽우주국(ESA)은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 신체가 겪는 변화에 대응할 방법을 찾기 위해 남성 12명을 두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있도록 했다. 누워 있으면 근육과 뼈가 약해지고 이전보다 머리에 피가 더 많이 간다. 이는 우주의 미세 중력 환경에서 우주비행사들이 겪는 신체 변화가 같다./ESA
ESA가 사람들을 침대에 계속 누워 있도록 한 것은 우주의 미세 중력 상태에서 인체가 겪는 변화에 대응할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사람이 계속 누워 있으면 혈액이 머리로 흐르고 근육과 뼈가 약해진다. 이는 우주비행사들이 지구 밖에서 실제로 겪는 일이다.
지구에서 서 있으면 중력에 의해 피가 아래로 내려가지만, 중력이 거의 사라진 우주에서는 몸 어느 곳이나 균등하게 피가 흐른다. 지구보다 머리에 피가 더 많이 가 우주정거장의 우주인들은 늘 얼굴이 부어 있다. 동시에 뼈에서 칼슘이 한 달 평균 1% 줄어든다. 근육에서는 단백질이 빠져나간다.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에 탑승했던 우주인들은 1년 뒤 약 20%의 근육 단백질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주에서 머물면 점점 머리는 부풀고 팔다리는 가는 영화 속 우주인의 모습으로 변해간다는 말이다. 우주정거장에 상주하는 우주인들이 하루에 2시간씩 밧줄을 몸에 매달고 러닝머신 위를 달리며 필사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이런 신체 변화 때문이다.
지구 환자에도 도움 주는 우주의학
과학자들은 이전에도 실험 참가자들을 장기간 침대에 눕혀 놓고 신체 변화를 연구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SA의 인간·로봇탐사 생명과학 책임자인 안젤리크 반 옴베르겐(Angelique Van Ombergen)은 “유럽의 침상 연구에서 자전거 타기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가 따르는 운동 방법이 미세 중력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력이 약한 우주에서는 뼈에서 칼슘이 빠져 나가고 근육 단백질이 줄어든다. 유럽우주국(ESA)은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 신체가 겪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남성 12명을 두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있도록 하면서 자전거 타기와 원심분리기 회전 시험을 했다./ESA
자전거는 우주의 중력을 모방하기 위해 침대와 원심분리기 장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됐다. 우주에선 중력이 약해 피가 다리 쪽으로 몰리지 않는다. 억지로 운동을 헤야 피를 다리로 보낼 수 있다. 이번 실험 참가자들은 원심분리기에서 회전하면서 발 쪽으로 혈액을 유도하기 위해 자전거를 돌려 중력을 두 배로 높였다.
프랑스 툴루즈에 있는 우주 의학 및 생리학 연구소(MEDES)의 임상 연구 책임자인 레베카 빌렛(Rebecca Billette)은 “실험 참가자들이 자전거를 힘껏 타도록 한 다음 자전거를 전혀 타지 않는 사람들과 차이를 비교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두 달 동안 침대에서 자전거를 탄 그룹과 원심분리기에서 회전하면서 자전거를 탄 그룹, 두 달 내내 침대에 누워 있는 그룹을 비교했다. 매일 하는 운동이 우주에서 인체가 겪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 4월부터 시작해 7월까지 진행된다. 후속 연구는 내년 1~4월로 잡혔다. 이번 실험과 같은 우주의학 연구는 지구의 환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겪는 신체 변화는 지구에서 노약자나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들의 근육과 뼈가 약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SA는 “우주에서 얻은 결과는 노인과 근골격계 질환, 골다공증 환자를 위해 더 나은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빍혔다.
유럽우주국(ESA_)은 20~45세 남성 지원자 12명을 60일 동안 침대에 누워 지내도록 하면서 신체 변화를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자전거 타기가 근력 감소를 막는 데 도움지 되는지 분석했다./ESA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