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7.05. 오전 2:54 수정2023.07.05. 오전 5:21
[베이징=AP/뉴시스]중국 정부가 컴퓨터 칩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두 가지 핵심 재료의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현미경을 통해 컴퓨터칩을 살펴보는 모습. 2023.07.04.[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중국 정부가 컴퓨터 칩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두 가지 핵심 재료의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BBC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8월부터 세계 최대 금속 생산국인 중국에서 갈륨과 게르마늄을 수출하려면 특별면허가 필요하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은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반도체와 기타 전자 부품 제조에 사용되는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해 다음 달부터 수출 통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GAC)는 고시를 통해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무원의 승인을 받아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시에 따르면 8월1일부터 일정한 특성을 가진 품목은 승인 없이 수출할 수 없다. 각 부처는 갈륨과 관련된 8개 항목과 게르마늄과 관련된 6개 항목을 열거했다.
이 같은 중국 당국의 수출 통제 하에서 앞으로는 수출업자가 해당 품목의 수출을 위해서는 사전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해당 품목을 수출하기 전에 상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수출업체는 허가 없이 그러한 품목을 수출할 경우 벌금 및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이러한 조치는 일부 첨단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노력 이후에 나온 것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베이징 방문을 며칠 앞두고 민감한 시기에 나온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배경을 놓고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 "최근 발표된 갈륨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가 미국 방위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갈륨을 생산하는 공급자인데, 갈륨이 전투기, 군함 및 첨단 레이더 시스템 등에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수출 통제 시 미국의 방위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군사항공전문가 푸첸사오는 글로벌타임스에 "중국은 전 세계 갈륨 매장량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이 상당한 비용 없이는 중국산 물질의 사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은빛 금속인 갈륨은 반도체, 통신 및 군사 장비에 사용된다. 또한 태양 전지판과 같은 제품의 핵심 재료로 알려져 있다.
휴대전화에서 군사용 하드웨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전력을 공급하는 반도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대국 미중 간의 치열한 논쟁의 중심에 있다.
미국은 슈퍼컴퓨팅과 인공지능에 사용되는 칩과 같이 군사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은 세계 어디에서 제조되든 미국의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중국에 칩을 수출하는 회사들에게 허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조치는 네덜란드와 일본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지난 주, 네덜란드는 특정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네덜란드가 올해 초에 발표한 "가장 발전된" 마이크로칩 기술 수출을 제한하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통제는 글로벌 마이크로칩 공급망의 핵심 업체인 네덜란드 칩 장비 제조업체 ASML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본은 컴퓨터 칩 제조 수출의 일부를 제한할 계획이다. 지난 3월 발표된 이 대책은 반도체 제조장비 23종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미국이 부과한 수출 통제에 대응해 미국을 "기술 헤게모니"라고 자주 묘사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달 동안 항공 우주 회사인 록히드 마틴과 같은 미군과 관련된 미국 회사들에 제한을 가했다.
6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과 중국간의 경제적 유대관계를 깨뜨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옐런은 지난달 미 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가능한 한 개방적인 무역과 투자에서 우리는 이익을 얻고 중국은 이익을 얻을 것이며,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분리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은 올해 중국을 방문하는 두 번째 미국 고위 관리가 된다. 앞서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강대국 간 고위급 소통을 재개했다.
박준호 기자(pj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