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식 한국의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한국소식2023-06-15 07:54:58
0 3 0
[IT/과학] 'IT 인력 블랙홀'로 통했던 카카오, 반년만에...
내용

 

입력2023.06.15. 오전 7:01   수정2023.06.15. 오전 7:31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엔터프라이즈 구조조정·인력감축
카카오도 "경쟁력 낮은 사업 정리할 것"…비용 효율화 집중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사진=카카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카카오의 수익 지표가 악화된 가운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일부 계열사들이 조직 슬림화 및 인력 감축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 여파로 계열사 수익이 줄면서 내실을 다지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올 1분기 카카오 실적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경쟁력이 낮은 사업은 정리해 손익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던 배재현 공동체 투자총괄대표의 선언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1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는 지난 12일부터 2주간 고연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전직 지원 프로그램(넥스트 챕터)을 가동했다.

대상은 경력 10년 이상 또는 직책이 있는 직원이며 직군은 무관하다. 지원자는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15개월 치 기본급에 이·전직 지원금 500만원, 퇴직금 받을 수 있다. 모든 절차는 희망자에 한해 진행된다. 고연차 직원들에게 이·전직 기회를 부여하고 저연차 직원들에게 성장기회를 주기 위한 인력 순환 취지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지만, 업계에선 카카오엔터가 상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으로 본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영업손실 138억원을 기록했다. 7년 만의 적자다. 여기에 SM 인수전으로 예상치 못한 비용 지출이 컸다. 프리 기업공개(IPO) 추진으로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현안이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2월과 3월에 자회사 레전더리스와 사운디스트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매각한데 이어 인도 웹툰 플랫폼 크로스코믹스를 청산 했다. 4월에는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엔터테인먼트의 한국 법인 청산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30명 가량 임직원들이 권고사직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타파스엔터의 경영진도 공동 최고경영자(CEO) 체제에서 박종철 단독 체제로 개편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규모 구조조정·클라우드 집중 조직개편…실적 악화 타개책


또 다른 계열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경우 사실상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달 '클라우드' '검색' 등 양대 핵심 사업을 담당할 2개의 사내독립기업(CIC)체제로 전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모든 경영진의 보직을 면하고 일부 만을 재신임키로 했고,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전원이 자진해 임금을 삭감했다. 회사는 또 비핵심 사업 인력들에 2개 CIC로 이동할 수 있다고 안내했으나 모집인원, 방법, 요건 등에 대해서는 아직 지침이 정해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조직 대수술에 들어간 건 실적 악화 탓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영업손실 1406억원을 기록해, 적자폭이 전년 대비 약 500억원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 중이던 추가 투자 유치도 실패했다.

모기업인 카카오도 조직 쇄신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이 합병 9년 만에 CIC 체제로 전환했다. CIC는 경영 전반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의사 결정권을 가진 형태로, 신속하게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포털 사업부문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포털 부문 광고수익이 타격을 입으면서 카카오의 ‘포털비즈’ 매출은 ▲2019년 5236억원 ▲2020년 4780억원 ▲2021년 4925억원 ▲2022년 4241억원 등으로 지속 감소한 바 있다.
 

전체 직원수 증가율도 역성장


카카오 일부 계열사에서 시작된 구조조정 여파가 전체 계열사로 확산될 조짐도 있다. 카카오는 그룹 전체적으로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광고 시장 침체 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탓이다.

카카오는 올 1분기 매출 1조7403억원으로 전년 대비 5.4%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71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1587억원)와 비교해 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871억원)은 93.4% 줄었다. 데이터 센터 다중화 작업에 따른 인프라 비용 증가와 설비투자 증가에 따른 감가상각비 부담이 증가했고, AI 등 신사업에 예상보다 많은 수준의 투자가 진행된 영향이다.

배재현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는 "1분기에는 카카오와 카카오 공동체 전체적으로 비용을 보다 효율화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고, 일부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업들은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카카오의 별칭이던 'IT 인력 블랙홀'도 이젠 옛말이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의 1분기 전체(공동체 포함) 직원 수는 1만6436명. 작년 4분기와 비교해 43명 줄었다. 카카오 직원 수가 줄어들기는 2019년 2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회사는 매년 두~세자릿수 인력을 채용해왔다.

SM 인수로 서류상 전체 카카오 공동체 직원 수는 늘겠지만 올들어 카카오 공동체의 채용이 사실상 중단 된데다 내부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감축분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직원 수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카카오 내부 분위기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뿐만 아니라 IT업계 전체적으로 구조조정 및 비용 효율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는 지속되고 있고,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AI 공세는 시작됐으나 각종 플랫폼 규제로 사업 확장이 여의치 않아진 데 따른 선택"이라고 말했다.
 

최은수 기자(eschoi@newsis.com)

스크랩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