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7.17. 오전 10:42
위기의 홈쇼핑 업계 송출수수료 부담 호소
유료방송사 “송출료는 당연한 투자” 반박
“쿠팡·라방에 밀리자 송출료에 원인 돌려”
20년째 그대로 홈쇼핑 콘텐츠 혁신부터
TV홈쇼핑 방송 화면.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홈쇼핑 업계가 TV홈쇼핑 송출수수료를 두고 과도하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자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반박에 나섰다. ‘유통 공룡’ 쿠팡의 등장과 MZ세대의 TV 시청행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홈쇼핑 업체들이 실적 부진을 겪자 애꿎은 송출수수료 탓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사가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매년 지불하는 비용을 말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2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홈쇼핑 12개사들이 지난해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2조4101억원이다. 2021년(2조2508억원) 대비 7.1% 증가했다. 반면 홈쇼핑방송사업 매출은 작년 3조7094억원으로 전년보다 2.9% 줄었다.
홈쇼핑 업체들은 최근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송출수수료 증가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급기야 정부의 공적 개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유료방송업계는 오히려 홈쇼핑사들이 인기 채널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면서 송출수수료가 자연스럽게 증가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홈쇼핑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청률이 높은 앞 채널번호 대역이나 인기 채널 전후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해당 채널이 한정적이다 보니 이 번호들을 차지하기 위한 홈쇼핑사들의 경쟁 과열이 송출수수료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오히려 송출수수료를 매몰비용으로만 바라보는 홈쇼핑사들의 인식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사들이 TV 채널이라는 방송 자원을 활용하는 만큼 송출수수료는 매출과 영업이익 증대를 위한 투자비용”이라며 “채널번호는 핵심 경쟁요소이기 때문에 그 대가로 지불하는 송출수수료가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도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홈쇼핑 업계는 송출수수료가 매출의 60%를 차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료방송업계는 홈쇼핑사들이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얻는 매출까지 포함하면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정도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이미 모바일 매출이 방송 매출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를 제외하고 전화를 통한 방송 매출만을 기준으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홈쇼핑 업계를 두고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콘텐츠와 혁신적인 서비스의 부재를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쿠팡의 급격한 성장과 라이브쇼핑 방송의 등장 등 최근의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구매자들이 대거 쿠팡으로 옮겨갈 때 홈쇼핑사들은 과연 무엇을 했나”라며 “10~20년 전과 비교할 때 홈쇼핑의 콘텐츠는 변한 게 없다. 1시간 동안 쇼호스트가 설명을 하는 방식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MZ세대를 비롯한 구매자들을 TV 홈쇼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화면 구성이나 콘텐츠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비용 절감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홈쇼핑 업계의 혁신을 위해 정부의 역할 변화도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이 정부 규제로 보호받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쿠팡과 차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홈쇼핑사가 정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일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