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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1-23 1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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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500광년 거리…또다른 태양계가 탄생하고 있다
내용

입력2024.01.23. 오전 9:33  수정2024.01.23. 오전 9:43

 

암석형 행성 성분의 3개 고리 확인
목성 질량 행성 2개 만들어지는 중

500광년 거리에서 지구, 화성과 같은 태양계의 암석형 행성을 형성하는 물질들로 구성된 고리 구조가 발견됐다.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MPIA) 제공
45억년 전 수성, 금성, 지구, 화성 같은 태양계의 암석형 행성들이 탄생하는 과정과 비슷한 천체 현상이 500광년 거리에서 발견됐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콘콜리천문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거대 망원경 간섭계(VLTI) 관측을 통해 ‘HD 144432’라는 이름의 젊은 별 주위에서 행성을 만들어가고 있는 3개의 동심원 고리 구조를 발견해 국제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and Astrophysics)에 발표했다. 젊은 별을 둘러싼 원반에서 생긴 고리는 일반적으로 우주 먼지와 가스가 쌓이면서 행성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연구진은 이 젊은 별 주위의 고리를 관찰한 결과 암석형 행성의 재료가 되는 철, 규산염이 풍부한 것을 확인했다.
 

고리 사이의 틈은 별 주위의 궤도를 따라 먼지와 가스가 뭉치면서 행성이 ​​형성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 제공
연구진은 원반의 가장 안쪽 영역에 있는 우주먼지들의 분포를 살펴보던 중, 먼지들이 3개의 고리로 뭉쳐 있는 구조를 발견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영역은 태양계에서 암석형 행성이 형성된 구역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태양계와 비교했을 때 이 젊은 별의 가장 안쪽 고리는 수성 궤도 안쪽에 있으며, 두번째 고리는 화성 궤도에 가깝다. 또 세번째 고리는 대략 목성 궤도에 해당한다.

별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행성을 형성하는 고리 구조를 발견한 건 처음이다. 그동안 천문학자들이 발견한 고리 구조는 별과의 거리가 태양~토성의 거리보다 먼 곳에 있었다.

연구진은 고리 사이의 틈은 ​​우주먼지들이 암석 행성을 형성하면서 생겨난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들 고리 사이의 간격으로 보아 대략 질량이 목성과 비슷한 행성 2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칠레 아타카마사막에 있는 유럽남방천문대(ESO) 초거대망원경(VLT) 조감도. 4개의 8.2m 망원경을 결합해 지름 200m 망원경과 비슷한 수준의 고해상도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 제공
지구와 비슷하게 철분 풍부하고 탄소가 적어

연구진은 또 이 별에서 목성 거리까지 분포돼 있는 먼지의 성분을 살펴본 결과, 지구의 지각과 맨틀에 풍부한 규산염(금속과 규소, 산소 화합물)과 다른 광물, 그리고 수성과 지구의 핵을 이루는 금속성 철로 추정되는 물질을 발견했다. 이는 45억년 전 지구와 같은 태양계의 암석형 내행성들이 형성되는 환경과 비슷하다.

이 영역의 우주 먼지에 철분이 풍부하고 탄소가 적은 점도 태양계의 탄생 조건과 잘 맞아떨어진다. 수성과 지구는 둘 다 철이 풍부한 행성이다. 다만 지구에는 상대적으로 탄소가 적다.

젊은 별 주위 먼지의 온도는 별과의 거리에 따라 25~1500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먼지 온도가 높은 곳에서는 광물과 철이 녹으면서 결정으로 다시 응축되고, 탄소 알갱이는 화학반응을 일으켜 일산화탄소나 이산화탄소 가스로 바뀔 수 있다. 반면 온도가 낮은 곳에서는 탄소가 고체 입자 형태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이것까지 알아내지는 못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의 로이 반 뵈켈 박사는 “이 별의 원반은 암석형 행성에 많은 철분을 제공한 초기 태양계와 매우 비슷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그렇다면 태양계의 행성 구성은 (예외적인 사례가 아닌) 매우 전형적인 사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드러난 물질의 존재가 최종적으로 확인될 경우, 이번 연구는 행성을 형성하는 원반에서 철을 발견한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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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