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진, 다이아몬드 센서로 미세 자기장 측정
”수술 없이도 다른 신체 기관에 적용할 수 있어”
중국과학기술대와 저장대, 허페이 종합과학센터의 공동 연구진이 양자 센서를 사용해 살아있는 쥐의 심장에서 나오는 신호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British Cardiovascular Society
양자 기술은 인공지능(AI), 첨단바이오와 함께 차세대 먹거리로 꼽힌다. 미시세계에서 작동하는 양자역학 특성을 이용해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연산 시스템이나 뚫리지 않는 암호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양자 기술이 의료 분야에도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연구진이 양자 센서를 이용해 살아있는 동물의 심장에서 나오는 신호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양자 기술을 실제 의료 환경에 접목한 드문 사례다.
중국과학기술대와 저장대, 허페이 종합과학센터의 공동 연구진은 양자 센서를 사용해 살아있는 동물의 심장에서 나오는 신호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7일(현지 시각)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물리학회의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어플라이드(Physical review applied)’에 곧 게재될 예정이다.
자기심장검사(Magneto Cardiogram, MCG)는 심장의 미세 전류로 발생하는 자기장의 변화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약물이나 방사선을 이용하지 않고도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MCG를 위해서는 대형 특수 장비가 필요하고, 분석을 위해서는 극저온 환경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보다 수백만 배 약한 심장의 자기 신호를 측정하기 위해 ‘다이아몬드 양자 센서’를 사용했다. 양자 센서는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해 고전 센서로는 측정이 불가능한 값들을 측정하거나 측정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 센서이다. 이번에 사용한 다이아몬드 양자 센서는 다이아몬드를 구성하는 탄소 일부가 질소로 대체된 ‘질소-빈자리 결함’을 가지고 있다. 이 결함은 양자역학 원리로 작동하는 아주 작은 막대 자석과 같다. 단일 세포나 분자, 유기체 단위에서 발생하는 약한 자기장을 감지해 반응한다.
2022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개발한 다이아몬드 양자 센서. 자기장과 온도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 센서 연구자인 심정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양자자기이미징팀 책임연구원은 “다이아몬드 양자 센서는 다른 양자 센서와는 달리 상온에서 사용할 수 있어 최근에 많이 연구되고 있는 분야”라며 “양자 센서뿐 아니라 양자 컴퓨터로도 사용할 수 있어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국 연구진은 살아있는 쥐에 100㎛(마이크로미터, 1㎛는 1백만분의 1m) 두께의 다이아몬드 양자 센서를 장착해 수술 없이 실온에서 심장의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센서의 정밀도는 다소 부족했지만, 일단 실험을 통해 다이아몬드 양자 센서를 이식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감도를 높이면 내시경과 같은 기존 의료기기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료 환경에서 양자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정현 책임연구원은 “다이아몬드 양자 센서를 생체에 적용해 최초로 살아있는 동물의 심장 신호를 측정한 사례로, 수술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며 “심장처럼 전류를 일으키는 신체 기관이나 과정을 감지하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도 초전도체나 원자를 기반으로 한 양자 센서로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arXiv(2024), DOI: https://doi.org/10.48550/arXiv.2405.02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