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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4-05-28 11: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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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풍력 시장서 치고 나가는 中… 150m ‘초초대형’ 블레이드 검증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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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풍력 시장서 치고 나가는 中… 150m ‘초초대형’ 블레이드 검증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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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4.05.28. 오전 9:01 수정2024.05.28. 오전 9:31

 

中 풍력장비 검증센터 가보니
150m 5개 검증 가능 ‘세계 최대’
최장 블레이드 테스트 기록 보유
경쟁↑·수익성↓에 대형화 추세

 


지난 24일 중국 남부 광둥성 양장시에 있는 ‘국가해상풍력장비 품질검증·측정센터(이하 풍력장비 검증센터)’. 드넓은 검증실에 들어서니 100m짜리 거대한 풍력 발전기 블레이드(날개) 하나가 부채질 하듯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왕칸 부총경리는 “바다와 같은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25년간 쓰일 제품인 만큼, 자체 개발한 피로도 테스트를 통해 극한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는 중”이라며 “통상 6개월가량 소요되는데, 시나리오에 따라 길게는 4~5개월간 (상하 또는 좌우) 한 방향으로만 흔들어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블레이드는 풍력 발전기의 엔진에 해당한다. 블레이드가 바람을 받아 회전하면 그 회전력으로 전기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통상 100m부터 초대형으로 분류되는데, 중국 풍력장비 검증센터는 150m짜리 블레이드를 최대 5개까지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어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힌다. 검사 인력도 100명이 넘는다. 왕 부총경리는 “2018년 설립 이후 블레이드 테스트의 최장 길이 기록은 모두 우리가 세웠다”라며 “103m, 118m, 126m 블레이드 모두 이곳에서 최초로 테스트를 했고, 다음 달 중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긴 143m짜리 블레이드 테스트가 예정돼 있다”라고 말했다.

 

풍력 발전 분야에서 검증센터의 역량은 해당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공인된 센터에서 블레이드 등 부품 성능 검증을 마쳐야 시장에 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에서 아무리 긴 블레이드를 만들어도 국내 검증 능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비용을 들여 해외 센터를 찾을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 풍력 발전 기업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풍력장비 검증센터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 주관하에 세계 상호인정이 허용되는 ‘IECRE’ 인증을 획득, 약 30개국에서 통용되고 있다. 왕 부총경리는 “우리가 제공하는 피로도 테스트는 기존보다 정확도가 30% 높고, 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어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풍력 발전 시장은 이같은 기술력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청(NEA)의 ‘국가전력산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풍력 발전 설비용량은 총 441기가와트(GW)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한 해에 새로 추가된 용량만 76GW로 전년 대비 105% 급증,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의 풍력 발전 설비용량(1.9GW·지난해 말 기준)과 비교하면 200배 넘게 많은 수준이다. 올해에도 이같은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4월 기준 누적 설비용량은 460GW로 전년 동기 대비 20.6% 늘어났다.

시장 확대에 따라 중국 풍력 발전 기업들의 경쟁도가 높아지고 공급 단가도 내려가고 있다. 풍력 발전 핵심 부품 중 하나인 터빈 가격을 보면, 육상풍력 터빈의 경우 2021년 킬로와트(㎾)당 4000위안에서 현재 1000위안까지 떨어졌다. 해상풍력 터빈 역시 현재 ㎾당 3000위안인데, 이는 3년 전(7000위안)의 절반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이에 제조업체들의 실적도 하락하고 있다. 중국 대표 풍력 터빈 제조업체 중 하나인 ‘뎬치펑뎬(电气风电)’은 지난해 13억위안(약 244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내기도 했다.

 


중국 풍력 발전 업계는 발전기의 ‘대형화’로 실적 둔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블레이드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경제매체 란징은 “풍력 발전 시장이 ‘적은 이익 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대규모 발전기는 제조업체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핵심 도구가 됐다”라며 “블레이드의 길이를 늘리는 것은 단일 발전기의 용량을 늘리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미 100m 초대형 블레이드가 일반화됐고, 131m짜리 블레이드도 시장 출시가 임박했다.

다만 이같은 블레이드 대형화는 오히려 안정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블레이드가 길수록 운송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낮은 풍속에서는 오히려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0m짜리 블레이드의 경우 무게만 50톤(t)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력장비 검증센터 역시 대형화 추세가 고민이다. 블레이드 길이가 길어질수록 시험 장비와 기술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왕 부총경리는 “지금의 원가 절감 추세를 따라가려면 우리도 기술을 향상시켜 효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기술 발전에 따라 블레이드의 길이도 점점 증가하고 있어 테스트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장(중국)=이윤정 특파원 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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