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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2-20 12: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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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트위치 철수...경영 실패해놓고 망 사용료에 ‘화살’
내용

입력2024.02.20. 오전 3:03  수정2024.02.20. 오전 9:18

 

트위치, 27일 한국 사업 종료
 

그래픽=김하경
미국 아마존이 소유한 인터넷 개인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가 27일 한국 서비스를 종료한다. 2015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지 9년 만이다. 트위치는 앞서 작년 12월 “다른 국가보다 10배 높은 한국의 네트워크 수수료 탓에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국내 통신사에 내야 하는 망 사용료 부담을 한국 시장 철수 이유로 꼽은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트위치가 경영 실패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한국의 망 사용료로 화살을 돌린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래픽=김하경

”망 사용료 비싸” vs “경영 문제 탓”


트위치의 한국 사업 철수설은 작년 상반기부터 흘러나왔다. 트위치 본사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구조 조정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작년 3월 취임한 댄 클랜시 신임 대표는 “거시 경제 환경 영향으로 트위치 이용자와 매출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400여 명을 감원했다. 올해도 전체 직원의 3분의 1가량인 500여 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클랜시 CEO는 한 방송에서 “현재로서는 (트위치 사업이) 수익성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위치는 한국 시장에서 아프리카TV와 양강 구도를 만들며 이용자 수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후원이나 광고 같은 수익 창출에서는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방송 플랫폼은 시청자가 스트리머(인터넷 방송인)에게 후원할 때 일정액을 떼가는 수수료가 주요 수입원이다. 하지만 국내 트위치 사용자 중엔 외부 업체를 통해 후원하는 비율이 높아 수수료 수익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김하경
업계에서는 트위치 자체 경영상 문제로 철수하면서 한국의 망 사용료를 트집 잡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트위치가 재작년 서비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영상 화질을 1080픽셀(화소수)에서 720픽셀로 낮추고, 국내 규제를 언급하며 VOD(다시보기) 서비스까지 중단하면서 이용자도 줄어드는 추세였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트위치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재작년 2월 320만명에서 철수 선언 직전인 작년 11월 270만명까지 감소했다.

통신 업계에선 한국에서 망 사용료가 10배 높다는 트위치 주장도 과장됐다고 반박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망 사용료가 문제라면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아프리카TV나 네이버에서도 같은 문제 제기가 이미 나오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망 사용료 논란 더 거세질 듯


트위치가 재점화한 망 사용료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국내 월 무선 데이터 이용량은 106만9500TB로 8년 전(18만9000TB)의 다섯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55% 정도가 유튜브·넷플릭스 같은 영상 콘텐츠에서 발생했다. 특히 국내 전체 트래픽의 30% 가까이를 차지하는 구글이 망 사용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게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망 사용료를 두고 소송전을 벌여온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작년 9월 소송을 서로 취하했는데,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소송 취하 과정에서 ‘망 사용료’라는 명목 대신 다른 명칭으로 SK브로드밴드에 일정 금액을 지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빅테크 영향력이 큰 유럽에서도 망 사용료는 논쟁이 되고 있다. 작년 10월 BT(영국)·도이체텔레콤(독일)·텔레포니카(스페인) 등 유럽 내 통신사 20곳의 대표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망 사용에 대한 ‘공정한 대가’를 내도록 규제해야 한다”며 공동 서한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유럽의회에 보냈다. 구글·넷플릭스·아마존·메타 등 빅테크 6곳이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망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통신사들은 서한에서 “인터넷 트래픽은 매년 20~30%가량 증가하고 있고 이는 주로 소수의 빅테크 때문”이라며 “우리가 구축·운영하는 인프라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기업들이 공정한 기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망(網) 사용료

구글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제공 사업자(CP)가 통신사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의 인터넷 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송출하는 대가로 내는 비용.
 

성유진 기자 betr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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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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