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코파일럿+ PC’ 공개행사
"이게 MS 새 PC" - 20일 미 워싱턴주 레드우드의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열린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브렛 오스트럼(Brett Ostrum) MS 서피스 부사장이 인공지능(AI) PC의 새로운 모델로 '코파일럿+(플러스) PC'를 소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제 인공지능(AI)은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 것이라 믿습니다.”
20일 미 워싱턴주 레드우드의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MS의 연례 최대 개발자 회의 ‘빌드(Build) 2024′를 하루 앞두고 열린 미디어 콘퍼런스 무대에 나선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AI PC(노트북과 태블릿 등)의 새로운 모델인 ‘코파일럿+(플러스) PC’를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전자기기에서 사용하는 AI 기능은 인터넷을 통해 외부 클라우드에 접속해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파일럿+ PC’ 같은 내장형(온디바이스) AI PC는 강력한 AI 반도체를 탑재해, 인터넷 연결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구동할 수 있다. 올해 초 삼성전자·LG전자·HP가 이런 ‘AI PC’를 출시한 데 이어, MS도 이 경쟁에 가세한 것이다. 애플도 올해 연말쯤 AI 기능을 내장한 노트북 ‘맥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AI PC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나델라 CEO는 “지금까지 AI 산업은 AI 모델의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해 왔지만, 이제는 기기 자체의 혁신으로 이동 중”이라고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구글이 검색에 AI를 탑재하기로 한 지 일주일 만에 글로벌 최대 PC 운영체제(윈도)를 소유하고 있는 MS가 AI PC를 들고 나왔다”며 “좋으나 싫으나 앞으로 대부분 사람들은 일상에서 생성형 AI와 상호작용하게 됐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나델라, “맥북과의 경쟁 재개”
이날 MS는 코파일럿+PC의 신제품 라인업에는 MS의 노트북 ‘서피스 랩톱’과 ‘서피스 프로 태블릿’이 포함됐다. MS는 윈도를 앞세워 전통적인 PC 운영체제(OS) 강자지만, PC나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기기 부문에서는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실제로 MS의 노트북 브랜드인 ‘서페이스’는 글로벌 노트북 출하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에 불과하다.
하지만 MS는 코파일럿+PC 출시를 계기로 애플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애플의 노트북 맥 시리즈에는 올 연말에 AI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다. 나델라 CEO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맥 시리즈로 (PC 시장에서) 환상적인 혁신을 이뤘다”며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넘어설 것이다. 마침내 우리도 매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MS는 행사 내내 코파일럿+PC가 애플의 맥북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애플의 M3칩을 탑재한 노트북 ‘맥북 에어’보다 속도가 58% 빠르고, 배터리 수명은 20% 늘어났다고 했다. MS는 코파일럿+PC에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선두주자인 ARM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퀄컴의 스냅드래건 X 엘리트·X플러스를 탑재했다. 이 칩에 맞게 윈도를 최적화해 강력한 성능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PC 시장, 다시 뜨거워진다
PC 업계에선 올해가 ‘AI PC’의 원년이 될것으로 보고 있다. AI PC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정체되었던 PC 시장이 다시 성장을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실제로 약 2년 동안 규모가 역성장해온 PC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반등을 시작해, 올해 1분기에는 출하량이 5724만대로 전년 대비 3.2% 성장했다.
국내외 IT업체들은 AI PC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첫 AI 노트북인 ‘갤럭시북4′ 시리즈를 출시했고, 20일에는 MS의 코파일럿+PC와 협업한 ‘갤럭시북 4엣지’를 내놨다. LG전자도 1월 인텔의 AI칩인 코어 울트라 프로세스를 탑재한 ‘2024년형 LG그램 프로’를 선보였다.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애플은 최근 자사 최신 AI 프로세서인 ‘M4′를 탑재한 아이패드 신제품을 내놓은데 이어, 연말에는 똑같은 칩을 적용한 맥붐 제품들이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PC 업계 관계자는 “PC 제품에 AI가 들어서면서 각사 PC의 AI구현 속도·전력 소모 등 면에서 새로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