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에서 오랜만에 굵직한 기업공개(IPO)가 나온다.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로 유명한 시프트업이 주인공이다. 무려 3조5000억원의 몸값이 책정됐는데 2021년 8월 크래프톤 상장 후 가장 큰 규모다. 펀더멘털, 업황 등을 고려할 때 다소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시프트업은 다음 달 하순 코스피 상장이 유력하다. 지난 3월 청구한 상장예비심사가 이달 10일 승인됐고 열흘 뒤인 20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대로라면 다음 달 초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중순 청약까지 진행할 수 있다.
시프트업은 ‘창세기전’ ‘블레이드 앤 소울’ 원화가로 유명한 김형태(사진) 대표가 2013년 설립한 게임사다. ‘데스티니 차일드’란 게임으로 업계에 이름을 알렸고 2022년 출시한 니케가 흥행한 데 이어 지난달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를 세계 시장에 내놓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희망 공모가 상단 6만원을 단순 주식수에 곱하면 시프트업의 시가총액은 3조5000억원이 된다. 약 2266만주를 보유한 최대주주 김 대표는 1조 3596억원의 돈방석에 앉는다. 2대 주주는 지분 24%를 보유한 중국 텐센트다.
6만원의 주가를 시장에서 인정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시총 3조5000억원은 펄어비스(2조6000억원) 카카오게임즈(1조8000억원), 위메이드(1조5000억원) 등 이름값 있는 게임사의 시총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비교 그룹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배수 또한 39.25배로 적잖이 높다. 반면 공모가 할인율(14.8~33.26%)은 지난 5년간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의 할인율 평균(22.8~36.4%) 대비 낮은 편이다.
수입원 다각화의 숙제도 있다. 특정 게임 의존도가 높으면 실적이 크게 꺾일 위험이 있다. 올해 1분기 시프트업 실적 발표에 따르면 텐센트 계열사 프록시마 베타에서 나오는 수익이 전체 매출의 97.6% 비중을 차지했다. 프록시마 베타는 니케의 글로벌 서비스를 맡은 서비스사다. 시프트업이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임 산업은 통상적으로 경기를 후행하는 경향이 짙다. 근래 경제 지표가 나아지는 추세지만 당장 게임에 지갑을 연다고 기대하긴 어렵다. 시프트업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686억, 영업이익은 1110억원이다. 높은 영업이익률은 텐센트에 지식재산권(IP)을 제공하고 받은 로열티 덕분이다. 매출 규모로만 보면 카카오게임즈의 지난해 1조241억원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