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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6-05 0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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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美中 갈등 틈새 노리는 삼바의 승부수
내용

 

입력2024.06.05. 오전 12:46 

 

 

국내 바이오, 위탁개발생산에 속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르포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지난달 13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 공장 2층에 들어서자 유리벽 너머로 사람 키만 한 배양기(바이오 리액터) 12개가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공장 바닥에 매립된 부분을 포함하면 높이 5.1m에 달하는 이 기기에서 바이오 의약품용 세포가 배양된다. 바로 옆에는 의약품 원료들이 이동하는 은색 파이프와 부설 기기들이 서로 구불구불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조금이라도 오염되면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바이오 의약품의 특성상, 모든 제조 과정이 밀폐형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총 길이가 216㎞에 달하는 파이프는 모두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어 원료가 고이는 것을 방지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제4 공장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인 연 24만L의 생산 규모를 갖췄다”며 “파이프 구조만 봐도 다른 업체들이 벤치마크할 수 있기 때문에 공장 내부는 고객사에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CDMO는 고객사의 위탁을 받아 의약품을 대신 개발·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글로벌 제약 바이오 시장에서 비용 절감과 개발 효율을 추구하는 바이오 기업이 증가하면서 CDMO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의회는 세계 4위 규모의 중국 CDMO인 우시 바이오로직스를 규제 대상으로 명시한 ‘바이오 보안법’을 발의해 연내 공포가 유력하다. 국내 바이오 업계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적극적인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삼성바이오,내년 78만L로 규모 확대

 

 

시장조사 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2022년 202억8000만달러(약 27조8000억원)였던 글로벌 CDMO 시장 규모는 2028년 477억달러로 2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스위스의 론자, 미국의 서모피셔 사이언티픽과 캐털런트 등이 1~3위로 앞서가고 있다. 우시 바이오로직스와 4~5위를 다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승부처는 생산 능력이다.

지난해 6월 제4 공장이 완전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내년 4월에는 제5 공장까지 완공해 78만4000L로 생산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론자의 내년 추정 생산 능력 79만L에 육박하는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32년까지 제6~8 공장을 완공하면, 총 132만4000L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4분기에는 분기 매출이 각 1조원을 넘긴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매출 9469억원을 기록하면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연매출 4조원이 목표다.

바이오 보안법이 시행되면 우시 바이오로직스는 2032년 전에 미국에서 사실상 퇴출된다. 이에 따른 추가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술 개발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 지난 4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위탁 개발 플랫폼인 ‘에스-텐시파이(S-Tensify)’를 공개했다. 첨단 배양 기술을 통해 고농도의 바이오 의약품 초기 개발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초기 위탁 개발에 강점이 있는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위탁 생산에 강하다”며 “새로운 위탁 개발 플랫폼을 출시해 우시의 고객들을 끌어오려는 포석”이라고 했다.

 

 

美·中 갈등 반사이익 기대

 

삼성바이오로직스뿐 아니다. 국내 CDMO 기업들은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막을 올린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에 참가해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에 증설 중인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 시설과 현재 착공 중인 송도 공장 등을 내세우며 현지 고객사에 CDMO 생산 능력을 알리고 있다.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행사에서 처음으로 홍보관을 열었고, 동아 에스티팜은 핵산 치료제 CDMO 기술력을 알렸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보안법이 의회 전체회의와 대통령 서명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고객사들은 이미 다른 CDMO를 찾고 있다”며 “국내 CDMO 업체에 반사 수혜와 낙수 효과가 기대되므로 미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기구(EMA) 등 승인 경험과 생산 능력 확보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CDMO(위탁개발생산)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는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바이오 의약품을 대신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의약품 위탁 생산인 CMO와 의약품 위탁 개발인 CDO로 나뉜다. 제약·바이오 업체 입장에선 개발 효율이 높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박지민 기자 bg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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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