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EE 마일스톤' 등재···국내 기업 최초
ETRI·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이룬 성과
유영상 "개척자 DNA로 AI컴퍼니 도약"
유영상(오른쪽) SK텔레콤 대표와 캐슬린 크레이머 차기 IEEE 회장이 10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외벽에 ‘IEEE 마일스톤’ 현판을 설치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1996년 세계 최초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를 주도한 SK텔레콤(017670)이 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학회인 ‘국제전기전자공학협회(IEEE)’가 선정하는 ‘IEEE 마일스톤(이정표)’에 등재되는 영광을 안았다. IEEE는 SK텔레콤의 CDMA 상용화에 대해 기술 개발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사례로 높이 평가했다.
IEEE는 10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IEEE 마일스톤 수여식과 수상 기념 현판식을 개최했다. IEEE 서울 섹션 회장을 맡고 있는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IEEE 마일스톤 수여식은 대한민국 정부와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이룬 CDMA 상용화를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앞으로 IEEE와 더욱 많은 기술적 성취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캐슬린 크레이머 차기 IEEE 회장은 “CDMA 상용화는 독창적이고 세상을 변화시킨 기술 사례이자 시대 혁신가들에게 영감을 준 업적”이라고 말하며 SK텔레콤의 수상을 축하했다.
IEEE는 1884년 토머스 에디슨과 그레이엄 벨 주도로 창설됐으며 1983년부터 IEEE 마일스톤 선정을 시작했다. IEEE 마일스톤은 인류 사회와 산업 발전에 공헌한 역사적 업적에 대해 시상하고 있으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노벨상’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권위를 갖고 있다.
이번 SK텔레콤의 IEEE 마일스톤 선정은 국내 기업 중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지금껏 미국·유럽·일본과 같은 기술 강국들의 기업·기관들이 주로 선정됐다. 앞서 IEEE 마일스톤에 선정된 업적들로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전기 연구(1751년), 볼타의 전기 배터리 발명(1799년), 마르코니의 무선 전신 실험(1895년), 최초의 무선 라디오 방송(1906년), 최초의 텔레비전 공개 시연(1926년), 최초의 반도체 집적회로(1958년), 컴퓨터 그래픽 기술(1965~1978년), 최초의 인터넷 전송(1969년), QR코드 기술 개발(1994년) 등이 있다. SK텔레콤은 25년 이상이 지난 업적을 심사하는 IEEE의 절차를 고려해 2016년부터 민관 협력을 통한 CDMA 성공 사례를 등재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번에 결실을 보게 됐다.
CDMA는 통화 용량을 아날로그 방식보다 10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는 기술로 1990년대 이동통신 수요 폭증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는 해외 여러 기업이 시분할 방식인 ‘TDMA’를 놓고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시기였다. SK텔레콤은 CDMA 기술 개발이 가보지 않은 길이었지만 성장 잠재력이 획기적으로 높다고 판단하고 과감히 도전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옛 한국이동통신)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국내에 도입한 CDMA 기술을 기반으로 ‘이동통신기술개발사업관리단’을 출범시켰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국내 단말 제조사들과 적극 협력해 CDMA를 국가표준으로 단일화하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또 CDMA 상용화는 이동통신 산업의 성장을 이끈 것은 물론 반도체 산업의 진화·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CDMA 상용화는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이동통신 서비스를 쉽게 누릴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을 바꾸는 성과를 만들어냈다”면서 “오늘날 5세대(5G) 이동통신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 글로벌 이동통신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어 “CDMA 상용화 과정에서 새겨진 개척자 DNA로 SK텔레콤의 글로벌 인공지능(AI) 컴퍼니 도약 등 당면한 과제를 헤쳐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념행사에서는 SK텔레콤 부회장을 지낸 고(故) 서정욱 전 과학기술부 장관 유족에게 감사패가 전달됐다. 서 전 장관은 SK텔레콤 재직 당시 CDMA 상용화를 이끌었으며 IEEE 마일스톤 등재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