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식 한국의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한국소식2024-06-14 11:50:04
0 0 0
[IT/과학] 불법리딩방 신고하려 눌렀더니…'도박 사이트'가 떡하니
내용

 

입력2024.06.14. 오전 9:30

 

 

정부가 20년 사용하던 증권범죄신고센터 도메인
현재 인터넷도박사이트가 사용...제대로 안내 없어
금융위는 물론 금융회사도 해당 도메인 안내 중
비영리목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사후관리 엉망

 

 

사이버캅(cybercop) 도메인을 이용하고 있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 사진=사이트 캡처정부가 20여년간 증권범죄 신고센터로 공식 사용하던 인터넷 도메인이 도박 업체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물론 일부 금융회사들도 아직 해당 도메인을 신고센터로 안내하고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 2000년 6월 개설한 인터넷 증권범죄 신고센터(사이버캅, cybercop) 도메인을 현재 한 인터넷도박업체 사이트(사진)가 사용 중이다. 불법리딩방 등 증권범죄 신고를 위해 해당 도메인을 입력하면 도박 업체로 바로 연결되는 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해당 도메인으로 (증권 범죄) 신고센터에 접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금감원 사이트(증권불공정거래신고)에서 신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해당 도메인 삭제 및 변경 여부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정부부처인 금융위원회의 홈페이지에서는 지금도 도박사이트로 활용 중인 해당 도메인을 소개하는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최근 자료는 금융위원회가 2022년 게시한 '2021년 4분기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주요 제재사례 및 투자자 유의사항을 알려드립니다'(사진)란 자료다. 

 


 

금융위원회 홈페이지-알림마당에서는 지금도 도박사이트로 활용중인 옛 증권범죄 신고센터 도메인이 들어간 보도자료를 게시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도메인이 들어간 보도자료 및 보도참고자료 목록./사진=금융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해당 자료 말미에는 증권불공정신고센터(cybercop) 도메인을 안내하고 있고, 해당 도메인을 클릭하면 곧장 도박사이트로 이어진다. 정부부처가 공식적으로 홈페이지에 게시 중인 자료가 도박사이트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민간 금융회사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현재 자사 홈페이지 내 공지사항에 해당 도메인을 인터넷 증권범죄 신고센터로 안내하고 있는 곳은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한양증권, DS투자증권, 하나은행, SC제일은행, BC카드 등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도메인 통합 과정에서 현재 사용하지 않는 도메인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자 금융사들도 과거에 올린 고객 공지사항을 수정 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당 도메인이 정부기관의 공식 웹사이트를 뜻하는 주소(or.kr)인데도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도메인 사업자 등 관계기관이 제대로 사후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정부와 금융당국의 손을 떠난 도메인이라도 규정상 비영리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주소이지만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도메인이름관리준칙'(제4조 2항)에 따르면 'or.kr' 도메인은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아울러 도메인 사용이 등록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한다.

해당 도메인은 지난 4월 5일 등록돼 내년 4월 5일 사용이 종료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등록인과 책임자는 '호스팅케이알', 등록대행자는 '메가존'으로 나와 있다. 

호스팅케이알 관계자는 "도메인 'or.kr'을 등록할 때 비영리 목적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처음 등록할 때는 일차적으로 필터링을 거치지만, 이후 사이트 내용이 변경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인터넷진흥원이 'or.kr'이 영리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확인하면 도메인 차단이나 삭제 조치 명령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국인터넷진흥원 측은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김윤화 (kyh94@biz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