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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8-02 08: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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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자꾸 멈추는 새 한국형 원전 신한울… "수출도 좋지만 리스크 관리부터"
내용

 

입력2024.08.01. 오후 6:11 

 

 

차세대 모델 1·2호기 올해 2번씩 고장
"안전체계 제대로 작동한 결과"라지만 
"원전 규모 커지면 위험 더 신경 써야"

 


경북 울진에 있는 신한울 원전 1호기(붉은색 원) 전경.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경북 울진군의 신한울 원자력발전 1호기가 준공식이 예정됐던 1일 갑자기 고장을 일으켜 가동이 정지되면서 원전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합동준공식이 열릴 예정이었던 신한울 원전 1·2호기는 가동된 지 2년이 채 안 된 '새 원전'인데 올 상반기에만 각각 두 차례씩 멈춰 섰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이상신호를 제때 감지해 자동으로 정지된 만큼 신규 원전의 안전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하지만 신한울은 국내 기술로 만든 한국형 원전이고 정부가 해외 수출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리스크를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미국 인증받았는데 고장, 또 고장


 

한수원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140만kW급)는 이날 오전 7시 7분쯤 자동 정지했다. 보호신호 중 하나인 제어봉제어계통의 저전압 오신호 발생으로 터빈이 정지된 것으로 파악된다. 정지 여파로 원자로 출력은 40% 수준으로 낮춰 운영됐다.

한수원 측은 “원자로 안전과는 무관한 설비 고장”이라면서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설비를 정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준공식을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터빈 정지인 만큼 원자로 정지와 같은 보고 대상 사건은 아니라 한수원에서 조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빈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증기의 힘으로 돌아가면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장치다. 두꺼운 콘크리트 격납건물 안에 있는 원자로와 냉각재펌프, 증기발생기 등은 '1차 계통'이고, 터빈은 발전기, 복수기(증기를 물로 바꾸는 장치) 등과 함께 격납건물 밖에 있는 '2차 계통'에 속한다.

신한울 1호기는 지난 2022년 12월 7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냉각재펌프와 원전계측 제어시스템(MMIS) 등 핵심 설비와 코드 등을 모두 국산화한 차세대 한국형 원전(APR1400) 기술로 설계됐다. 쌍둥이 원전으로 불리는 신한울 2호기 역시 올해 4월 5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규 원전이다. 체코 두코바니에 수출 예정인 모델은 여기서 설비용량을 조정한 APR1000이다.

APR1400은 특히 미국 원자력안전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받으면서 안전성이 높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신한울 1·2호기가 올해 들어 유독 잦은 고장을 겪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한울 1호기는 지난 1월 3일 터빈과 원자로가 모두 정지했고, 신한울 2호기는 가동 시작 석 달도 채 안된 지난 6월 13일과 19일 터빈이 자동으로 멈췄다. 같은 한울본부에서 1998년부터 가동된 한울3호기는 4,000일 넘게 무사고 운전을 해왔는데, 오히려 신규 원전에서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다.

같은 유형 새울 1·2호기도 잦은 정지


 

그래픽=이지원 기자

한수원은 터빈 자동 정지를 오히려 신규 원전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정지했고, 정비를 할 수 있는 안전 설계대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기획평가위원도 “원전도 기계 장치인 만큼 처음 가동하는 과정 중엔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터빈 정지가 동일한 이유로 여러 번 반복되면 문제지만 한두 번 일어나는 것은 특이한 상황이라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APR1400 설계가 적용된 새울 1·2호기(신고리 3·4호기) 역시 여러 차례 고장을 겪었던 만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새울 1호기는 2016년 가동 이후 6차례나 원자로 가동을 멈췄다. 더 오래된 고리 1호기가 같은 기간 정지 없이 운영됐던 것과 상반된다. 새울 2호기는 운전 시작 약 2년 만인 2021년에 화재 발생으로 57일이나 멈춰섰다. 건설할 때 부품 조립이 불량이었던 게 원인이었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주로 1,000메가와트(MW)급 원전을 건설해 왔는데, 그 당시 경험과 부품 등을 바탕으로 1,400MW로 규모를 키우는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며 “원전 규모가 커지면 안전은 물론 정지로 인한 전력 수급 문제도 커지는 만큼, 정부가 수출 실적 홍보에 앞서 철저히 위험을 검토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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