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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8-13 13: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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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걱정 말라더니…한계도전 R&D, 내년 신규 사업은 0
내용

 

입력2024.08.13. 오후 12:19

 

 

예타 대상 사업 선정 안 돼 사업 확대 불발
과기정통부·연구재단 “방법 찾겠다”
과학계 “혁신도전 사업 투자, 의지 의심”


“한계도전 연구개발(R&D)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연구개발 시스템의 도전성을 높이기 위한 고위험 고수익형 사업이다. 이 사업이 혁신의 촉매로 역할해 우리나라 연구개발의 질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책임 과제 관리자와 참여 연구자를 지속 지원하겠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한계도전 R&D 프로젝트’ 신규 과제 착수 행사에 참석한 이창윤 과학기슬정보통신부 제1차관의 축사다. 한계도전 R&D 프로젝트에 대한 지속 지원 의지를 강조했지만, 정작 내년도 예산안에는 신규 사업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야심차게 출범한 프로젝트가 1년 만에 신규 과제 없이 운영되는 용두사미가 될 처지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한계도전 R&D 프로젝트 신규과제 킥오프 회의'에서 현판 전달 후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이사장과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연구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13일 과학계에 따르면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는 내년에 신규 사업을 할 예산이 없다. 이달 말 확정되는 정부 R&D 예산에 한계도전 R&D 프로젝트의 신규 사업을 편성하기 위한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에 배정된 139억원 정도의 예산에서 올해 선정한 12개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을 제외하고 16억원 정도의 자투리 예산이 있지만, 신규 사업을 선정하고 이를 관리할 책임PM을 뽑기에는 규모가 작다. 한국연구재단도 이 돈은 기존에 뽑은 12개 사업에 덧붙이거나 추가 재정이 필요한 부분에 투입할 계획이다.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지만 성공만 하면 파급 효과가 큰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해 도전적인 연구 과제를 이끄는 새로운 프로젝트다. 혁신 연구의 산실로 불리는 미국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를 본따 올해 처음 만들었다.

올해 정부 R&D 예산이 대폭 삭감됐지만, 한계도전 R&D 프로젝트에는 100억원의 신규 예산이 배정됐다. 사업 관리를 맡은 연구재단은 혁신도전전략센터를 설립하고 3명의 책임PM(프로젝트 매니저)도 뽑았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3명의 책임PM이 이끌 12개의 신규 사업도 선정했다. 12개 사업에 앞으로 5년간 490억원이 투입된다.

애초 정부는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피하기 위해 예타 기준인 500억원을 밑도는 49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예타를 받지 않고 빠르게 사업을 출범시킨 뒤에 예타 면제를 받거나 예타를 거쳐서 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을 키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예타 면제를 받지 못했고, 올해 7월에는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예타 대상 사업 선정에서도 미끄러졌다. 사업 규모를 키우고 신규 사업을 뽑으려면 예산부터 늘려야 하는데 예타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프로젝트 전체가 어중간한 상태에 놓인 셈이다.

한 현장 연구자는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를 키워야 한다는 과기정통부 수뇌부와 실제 정책을 집행하는 실무급 공무원 간에 괴리가 있다”며 “한계도전 R&D 프로젝트가 예타 대상에 선정되지 않으면서 전체 사업 구상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지난 4월 3일 용산 대통령실 오픈라운지에서 R&D 개혁 방향 등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혁신도전형 R&D 사업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지만, 정작 대표 사업인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는 예산 확보를 못하며 신규 사업을 하나도 선정하지 못할 상황이다./뉴스1

 

 

한계도전 R&D는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혁신도전형(APRO) R&D 사업’의 대표 브랜드이다. ‘APRO’는 Aim High(고난도), Problem-solving(문제해결형), Revolutionary(혁신적 접근법), Over&over(실패 재도전)의 앞 글자를 딴 말로 실패 가능성이 크더라도 파급효과가 큰 R&D 사업을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에만 APRO 사업에 1조원을 배정했다.

과학계는 혁신도전형 R&D 프로젝트가 신규 사업 예산을 제대로 배정받지 못하면 윤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혁신 노력 자체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혁신도전형 R&D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한 현장 연구자는 “연구자들은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를 윤석열 정부의 APRO 사업을 대표하는 과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프로젝트가 올해 출범했는데 내년에는 신규 사업이 없다고 하면 연구자들은 정부의 의지가 없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어떻게든 한계도전 R&D를 살릴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한계도전전략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최영진 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은 “연구 현장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는 매년 100억원 정도는 신규 사업을 뽑아야 한다”며 “정부 R&D 예산안이 확정되는 8월 말을 데드라인으로 보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콘텐츠를 새롭게 보강해서 예타를 받더라도 2026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갭(격차)이 있다”면서 “과기정통부가 주관하는 다른 혁신도전형 R&D 사업을 한계도전전략센터로 가져와서 사업을 진행하는 등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준배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과장도 “아직 기획재정부의 심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 예산 규모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한계도전 R&D 프로젝트의 신규 사업을 뽑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구재단과 과기정통부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이종현 기자 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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