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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신문 “자위대, 욱일기 달고 부산항 입항…한국군과 합동훈련”
내용

 

입력2023.05.25. 오후 6:11   수정2023.05.25. 오후 6:17

 

일본 해상자위대. 연합뉴스

한국군이 주도하는 연합훈련에 참여하는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욱일기(일본명 자위함기)를 달고 부산항에 입항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양국 정부의 여러 관계자들에게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윤석열 정권 시기 한·일관계 개선 흐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양국은 한층 더 방위 교류를 촉진하고자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정권 시절에는 ‘욱일기=전범기’ 정서 감안해 입항 금지



보도에 따르면 자위대가 참여하는 다국군 합동훈련은 이달 31일 제주 앞바다에서 실시된다. 각국 해군이 연계해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을 막는 ‘해상저지’가 훈련 목적이다. 미군과 호주군도 참여한다.

국제규칙에 따르면 각국의 군 함정은 국적을 나타내는 ‘외부 표지’를 게시해야 한다. 1954년 제정된 자위대법 시행령은 일본 국기인 일장기(히노마루) 대신 옛 일본제국 육·해군 깃발과 유사한 욱일문양 깃발을 자위함기로 규정하고 게양을 의무화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10월 제주 국제관함식에 초청받은 자위대는 자국 내 법령에 따라 욱일기를 게양한 채로 참석하려 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을 포함해 초청받은 15개국에 공문을 보내 함정에 태극기와 자국기만 달 것을 요청했다. 이는 사실상 일 자위대를 겨냥한 것으로, 욱일기를 ‘전범기’로 인식하는 한국인들의 감정을 고려해 공식 자위대기 대신 일본 국기를 달 것을 요청한 것이다. 자위대는 이에 반발해 관함식 참석을 취소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지지 기반이었던 좌파계를 중심으로 욱일기를 ‘일본의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 ‘전범기’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국제관함식 사건과 더불어 같은해 말 한국 해군 구축함의 자위대 초계기 레이더 조사까지 벌어지며 “한·일 방위협력이 급속히 식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현 한국의 야권 지지성향을 ‘좌파계’ 내지 ‘혁신계’라고 부른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는 ‘전범기’ 비판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반복해 한국 측에 전해왔다”며 “한국도 (이명박 정권 시절이었던) 2008년 관함식 등에서는 자위함기의 게양을 인정한 바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에 자위대함이 자국 내 법적 상징물인 욱일기를 걸고 부산항에 입항할 수 있게 된 것에는 “대일관계 복원을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치색”과 “대북공조 등을 위해 일본과 방위협력의 필요성이 커진 현실”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신문는 욱일기에 사용되는 햇살 문양(욱광)은 어촌의 풍어 기원 깃발 등 민간에서 폭넓게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디자인이라는 설명도 전했다. 욱일기를 전쟁 범죄에 사용된 깃발이라는 의미로 ‘전범기’라고 부르는 한국 일각의 반응이 부당하다는 점을 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관함식이 열려 욱일기를 모태로 한 자위함기를 단 일본 호위함인 ‘시라누이’(앞쪽)가 항해하고 있다. 2022년11월 6일 촬영/|AP연합뉴스
 

국제법 등에 ‘전범기’ 개념은 없어…“욱일기는 일본 파시즘 상징”



자위대의 욱일기 사용은 2010년대 들어 한·일관계의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에 따르면 한국 언론이 욱일기를 지칭하며 ‘전범기’라고 부른 사례는 2012년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인 뉴데일리가 처음이다. 이후 다른 언론도 전범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독일에서 반나치법안에 따라 하겐크로이츠를 금지하는 것처럼 욱일기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욱광문양 자체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욱일기는 구 일본제국 해군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일본 파시즘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욱일기=전범기’ 등식은 세계인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전했다. 국제법 등에 ‘전범기’라는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군 수뇌부는 전범재판으로 처벌됐지만, 하겐크로이츠는 ‘전범 상징’이 아닌 ‘파시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독일 반나치법은 하겐크로이츠 뿐 아니라 켈트십자가 등 백인 우월주의나 인종청소 관련 상징물과 선동 등을 포괄적으로 금지한다.

김 대표는 “욱일기 비판은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며 “두루뭉술하게 ‘전범기’라고 지적할 것이 아니라 일본은 군대를 가질 수 없는데 자위대가 일제 황군의 깃발을 계승해 제국주의적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 로고로도 사용되는 등 폭넓게 활용되는 ‘욱광문양’과 구 일본제국 군기를 계승한 ‘욱일기’를 구분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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