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5.29. 오전 3:01
美中간 대화 통한 문제해결 촉구“중국이 (압박을 통해) 변화할 것이라거나 약화될 것으로 보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중국에 대한 무분별한 적대적인 태도가 지속되면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100세 생일(27일)을 맞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사진)은 2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중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양보를 강요한다는 면에서 대중(對中) 정책이 다르지 않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을 적으로 보지 않느냐’는 질문에 “중국이 가진 영향력을 볼 때 잠재적인 적국”이라면서도 “미중 리더들이 대화를 통한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미소 간 긴장 완화를 위해 데탕트 정책을 주도했다.
미중 군사 충돌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는 대만 문제에 대해선 “공해상 자유의 원칙 등을 통해 해결해야지 중국을 위협하거나 시진핑 주석을 향해 (예를 들어) ‘10개 부문에 진전을 보이면 보상을 하겠다’는 식의 외교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에 대해 “중국 문화를 전 세계에 퍼뜨리길 원하진 않는 것 같다. 중국은 (세계가 아닌) 아시아의 지배 세력이 되길 원하고 있다”며 “일본이 이에 대응해 대량살상무기를 자체 개발할 것이며, 이런 상황까지는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선 “바이든 행정부가 많은 것을 해냈다.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중요한 승리”라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시켜야 한다는 제안은 전쟁을 야기할 수 있는 엄청난 실수였던 게 맞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 조건으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제외하고 점령 중인 모든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부임한 셰펑 신임 주미 중국대사는 26일 키신저 전 장관의 자택을 방문해 100세 생일을 축하하는 중국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