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열제 대란, 판매 규제·방역완화 전 조치 미흡 탓"
입력2022.12.21. 오후 1:01
현지 매체 "제약사 도산…방역완화 전 생산확대 지침 없어"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방역 완화 이후 중국에서 발생한 '해열제 대란'은 '제로 코로나'를 시행 과정에서 유통을 엄격히 통제했기 때문이라고 싸이보란 등 현지 매체가 21일 보도했다.
해열제 품귀 빚는 중국 약국
[남방도시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 3년간 한 명의 코로나19 감염자도 허용하지 않는 '제로 코로나'를 시행하며 해열제와 기침 해소제,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등 '4종류의 약' 판매를 엄격히 규제했다.
이달 3일 규제가 풀리기 전까지는 의사 처방을 받은 뒤 약국에 실명 등 신상 정보를 등록해야 소량만 구매할 수 있었다.
이들 약을 먹으면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증세가 완화해 유전자증폭(PCR) 검사에 응하지 않거나, PCR 검사를 하더라도 코로나19 감염자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인들은 이들 약품을 상비약으로 구비할 수 없었고, 제약사와 판매상들은 판매 급감으로 운영난을 겪었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4종류 약을 생산하는 제약사와 유통업체들이 지난 3년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줄줄이 도산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방역 완화와 함께 4종류 약의 유통 통제가 풀렸지만, 제약사들은 명확한 지침을 받지 못했고 일부 지역은 이들 약품에 대한 통제를 완전히 해제하지 않았다"며 "살아남은 제약사들은 선뜻 대량 생산과 재고 확보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의약 전문가 100여 명이 활동하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신의 '병원원장' 계정에는 "방역을 완화하기에 앞서 당국은 제약사들에 생산을 늘리라는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며 사전 조치 미흡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중국 이부프로펜 생산 업체
[천강만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글 작성자는 "중국에는 해열진통제인 이부프로펜을 생산하는 업체가 500여 개에 달하고, 원료약도 충분하다"며 "절반의 기업이 방역 완화 한 달 전에 생산 라인을 정상 가동했다면 지금과 같은 공급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열 진통제 품귀 현상이 나타나자 많은 지역이 외지 유출을 막아 생산 업체가 없는 지역의 공급난이 가중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중국은 이부프로펜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을 생산하지만, 지난 7일 방역 완화 추가 조치 이후 공급난과 사재기가 겹쳐 해열진통제 수급이 차질을 빚고, 가격이 수 배씩 급등했다.
중국에서 외국 해열제 직접 구매 사례가 늘면서 일부 국가에서도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은 지난 19일 "대만인이 해열제를 대량 구매해 해외로 반출,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해외 배송 자제를 당부했다.
중국 당국은 수급 차질을 악용, 해열제와 신속 항원 검사 키트를 고가에 판매해 폭리를 취하는 의약품 판매상 단속을 강화했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20일 해열제인 롄화칭원과 신속 항원 검사 키트를 시세보다 수 배씩 비싸게 판 중허의약 등 3개 업체를 적발, 총 127만위안(약 2억4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pjk@yna.co.kr
박종국(p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