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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6-27 14: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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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의 돼지(PIGS)' 4개국서 좌파 쇠퇴 뚜렷해졌다, 왜?
내용

 

입력2023.06.27. 오전 4:31

 

그리스 미초타키스, 2차 총선서 압승 
"경제회복 성적표, 재집권 성공 요인" 
PIGS 모두 "먹고사니즘 최우선" 추세

25일 실시된 그리스 2차 총선에서 신민주주의당의 압승을 이끈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아테네 중앙당사 밖에서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아테네=AP 뉴시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2차 총선 압승을 거두면서 '중도우파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도청 스캔들, 올해 2월 열차 충돌 참사 등 숱한 악재에도 "죽어 가던 나라 경제를 되살렸다"는 치적을 무기로 현 집권 여당인 신민주주의당(신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단독 집권을 이어 가게 된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이른바 '유럽의 돼지(PIGS·피그스)'라는 조롱을 받았던 남유럽 4개국이 이로써 '좌파 쇠퇴·우파 부흥'이라는 흐름으로 묶이게 됐다는 점이다. '피그스'는 재정 위기를 겪던 포르투갈(P)과 이탈리아(I), 그리스(G), 스페인(S)을 일컫는 용어다. "먹고사는 게 최우선"이라는 열망 탓인지, 사회 전체가 '우향우'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리스, 유럽서 가장 뛰어난 경제 성적표 내놓아"

21일 그리스 아테네의 신민주주의당 당사 앞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의 지지자들이 그를 연호하고 있다. 아테네=AP 뉴시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그리스 내무부는 이날 "2차 총선 개표가 99% 이상 이뤄진 결과,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신민당이 40.5%를 득표해 17.8%에 그친 (최대 야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을 크게 앞섰다"고 밝혔다. 2020년 개정된 선거법상 2차 총선에서 제1당에 오른 정당은 득표율에 따라 최소 20석, 최대 50석의 보너스 의석을 챙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신민당은 전체 300석의 과반인 158석을 확보했고 '미초타키스 2기 정부'도 연립정부가 아니라 단독 정권으로 출범할 수 있게 됐다.

압승의 원동력은 우수한 '경제 성적표'에 있다. 2019년 취임한 미초타키스 총리는 2010년 국가부도 사태를 겪은 그리스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과감한 시장친화적 정책을 도입했다. 그 결과 2021년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8.4%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5.9%로 선방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 평균(5.4%)을 웃도는 수치다.

특히 지난해 3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졸업했고,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도 투자적격(BBB-)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경제 성적을 올린 국가는 그리스"라고 평가했다.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서도 우파 '득세'

스페인 극우 정당인 복스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가 24일 마드리드의 선거 유세 현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드리드=AFP 연합뉴스

경제 회복 이슈가 집권을 위한 최우선 과제인 건 다른 '피그스'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포르투갈 총선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현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중도 좌파)이 승리하긴 했으나, 코스타 정권의 경제 정책은 '성장 최우선'에 초점을 맞춘 우파 색채가 강하다. 코스타 정권은 "EU가 조성한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166억 유로(약 22조4,000억 원)를 경제성장에 '올인'하겠다"는 계획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작년 10월 출범한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정권은 아예 '극우'를 지향한다. '여성 무솔리니'로도 불리는 멜로니 총리는 '강한 이탈리아'라는 슬로건과 함께, 자국 경제성장 최우선주의를 밀어붙이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우파가 득세하는 분위기다. 총선 전초전 격인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극우 정당 '복스(Vox)'가 주도한 야당연합은 집권당인 사회노동당(PSOE)에 압승을 거뒀다. 블룸버그통신은 "소득세 인상 등 (정부의) 좌파 정책이 유권자들에게 '경제 회복'에 대한 불신을 줬다"고 분석했다.

현재 '피그스' 가운데 여전히 경제난에 허덕이는 나라는 이탈리아뿐이다. 2010년대 초반 EU 국제금융을 받았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2, 3년 후 지원금을 각각 상환했다. 반면 구제금융을 계속 거부했던 이탈리아는 아직도 150%대의 높은 국가채무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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