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7.04. 오후 8:30 수정2023.07.04. 오후 10:49
국제원자력기구 최종보고서 발표
◆ IAEA 오염수 보고서 ◆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4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내림에 따라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IAEA가 과학적 검증을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지만 한국과 중국 등 인접 국가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나섬에 따라 향후 동북아시아 외교 관계에 또 다른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가 내린 검증 판결인 만큼 앞으로는 소모적인 논란, 정치적인 이슈 몰이를 멈추고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4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종합 평가한 보고서를 전달했다. 보고서에서는 "방류에 대한 일본의 조치는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하고 "IAEA는 오염수가 방출되고 있는 단계에서도 중립·독립·객관적인 평가를 계속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보고서는 우리의 검토 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이지만 우리의 임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검증된 사실과 과학에 입각해 방류 절차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 투명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의 안전성 검토는 방류 단계에서도 계속될 것이고 지속해서 현장에 상주할 것"이라며 "웹사이트를 통해 방류 시설에 대한 실시간 온라인 모니터링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그로시 사무총장과 만나 "우리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리더로서, 일본인과 세계인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이 있는 방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높은 투명성을 갖고 국내외에 정중하게 설명해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2년간에 걸쳐 평가했다"며 "적합성은 확실하고, 기술적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IAEA는 향후 수십 년에 걸쳐 모니터링과 평가 등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IAEA는 해양 방류 방침을 정한 일본의 요청을 받고 2021년 7월 11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그동안 부문별 중간보고서를 냈으며 이날 포괄적인 평가를 담은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과학계는 IAEA 종합보고서 내용이 기존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예상했던 내용들이 모두 보고서에 담겼다"며 "기존 예상이나 분석과 다른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IAEA가 여러 정부를 대신해 일본 오염수 방류 계획의 적절성을 판단한 것"이라며 "현재 판단으론 보고서 내용에 있어 의심할 부분이나 의문스러운 부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 역시 "한국 정부가 종합보고서를 세심히 살펴야겠지만 별다른 특이점은 보이지 않는다"며 "IAEA의 분석 결과는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종합보고서가 철저한 과학적 판단에 기반한 보고서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보고서 속 그로시 사무총장의 인사말에 '오염수 방류 여부는 일본의 결정'이란 말이 있다"며 "이번 보고서가 정치적 판단이 아닌 과학적 판단에 기반한 것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종합보고서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일본으로부터 분담금을 많이 받는 IAEA의 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일본은 IAEA 회원국 중 미국(25.1%)과 중국(14.5%)에 이어 분담금을 세 번째로 많이 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내는 분담금 비중은 2012년 12.4%에서 매년 줄어들었으며 오염수 방류 절차를 밟기 시작한 2021년(8.3%)에도 줄어 IAEA 보고서가 일본의 '입맛'에 맞게 작성될 수 있다는 주장은 무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게다가 보고서를 내놓은 IAEA TF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파견한 김홍석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박사도 포함돼 있어 IAEA 보고서가 이른바 '친일 보고서'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한편 주요 외신들도 IAEA 보고서 공개 내용을 신속히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된 후쿠시마 원전에서 '경미한 방사성 폐수'를 바다로 배출할 수 있도록 국제 원자력 안전 당국이 '그린라이트'를 켜줬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IAEA가 "태평양 주변국이 제기한 우려가 과학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면서 "일본의 계획은 안전하며 원전을 운용하는 세계 각지의 다른 국가들이 행한 유사한 배출과 동일선상에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 BBC 방송도 "IAEA는 배출이 환경에 '무시해도 될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면서 "후쿠시마 시설은 원자로 냉각에 쓰였던 물을 보관할 공간이 바닥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의 거센 반발과 국내 일각의 반대에도 일본이 쓰나미로 망가진 후쿠시마 원전의 '처리된 방사성 물'을 바다로 배출한다는 계획에 대해 유엔 원자력 감시기구의 승인을 받아냈다"고 보도했다.
[도쿄 김규식 특파원 / 서울 신윤재 기자 / 고재원 기자]
김규식 특파원(kks1011@mk.co.kr),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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