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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2-11-08 12: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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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용 금지한 美 기숙학교 … 두 달 후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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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용 금지한 美 기숙학교 … 두 달 후 모습은?

입력2022.11.08. 오후 12:00   수정2022.11.08. 오후 12:

 

지난해 교내 다툼 영상 촬영 문제 생겨 올 가을학기부터 1년간 금지
“알림·메시지 압박감 없다” “SNS 안 하니 더 행복” 등 긍정적 반응

벅스톤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스몸비(스마트폰+좀비의 합성어)'족이 너무나 흔해져 버린 지금, 과연 10대 학생들이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년간 교내에서 스마트폰을 없애는 사회적 실험에 돌입한 지 두 달이 지난 미국의 기숙학교가 애초에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작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제의 학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윌리엄스타운에 있는 벅스톤 학교이다. 100년 가까운 오랜 역사를 지닌 벅스톤 학교는 전교생이 57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다. 그렇다 보니 교사와 학생들이 식탁에 한데 모여 앉아 식사하고 학교 일도 나누어 하는 등 가족적인 분위기가 자랑이었으나, 스마트폰 사용으로 이런 공동체 의식은 점점 망가져 갔다.

학생들은 식사 시간은 물론이고, 전화 사용이 금지된 수업 시간에까지 몰래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방과 후 친구들과 휴게실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동영상에 빠져들기 일쑤였다. 더구나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개월 동안 학교 문을 닫고 원격수업을 하게 되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한 학생이 학교에서 일어난 다툼을 영상으로 찍어 실시간으로 올리는 사건이 발생하자 학교 측은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라는 특단의 조처를 했다.

지난 3월 벅스톤 학교는 이러한 결정을 발표하고 올 가을 학기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결정에 예외는 없어 학생은 물론 교사들까지 교내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다. 결정 발표 후, 학교는 아수라장이 됐다. 이 학교 존 칼라포스 교감은 "당시 학생들은 다들 울고 선생님에게 소리 질렀다"며 " 학부모들의 반응도 각각 달랐다"고 회상했다.

결국 9월 가을학기는 시작됐고 그로부터 두 달 정도가 지난 지금, 학생들은 의외로 스마트폰에 연연하지 않는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학교 학생 비아 사스(18)는 "폭탄처럼 쏟아지는 알림과 메시지에 답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산책이나 공부를 할 수 있게 돼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앞으로 1년 동안 지속해서 스마트폰 금지 결정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할 예정인데 9월 첫 조사에서는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대신 이 학교는 휴대전화 업체인 라이트폰과 제휴해 전화와 문자 등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를 전교생에게 지급했다. 라이트폰으로는 인터넷이나 카메라 등은 사용할 수 없다. 또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태블릿이나 스마트 워치를 소지할 수 있고 노트북 컴퓨터도 사용할 수 있다.

벅스톤 학교 학생들은 고교에 해당하는 9~12학년이라 곧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 이에 학생들이 방학 때 집에 돌아가서나 졸업한 이후에도 스마트폰을 계속 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4일간의 연휴를 맞아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돌려받았는데 학생 상당수는 다시 스마트폰을 쓰려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재학생 야말리아 마크스(17)는 "휴대전화를 다시 쓰니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기분이었다"며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면서 더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SNS를 덜 하니 훨씬 행복하다"며 "다시 항상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삶으로 돌아갈지 모르나 그러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정(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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