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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7-13 11: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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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튀르키예, 친러 → 친서방 전환… 에르도안의 실리외교
내용

 

입력2023.07.13. 오전 3:02   수정2023.07.13. 오전 6:01

 

리라화 가치 급락 등 경제위기에
스웨덴 나토 가입 반대하다 ‘유턴’
EU 가입-서방 투자 얻어낼 길 터
최근 美월가 출신 경제수장 임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이단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11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전격 합의한 것은 서방 도움으로 자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5월 재선 승리 이후 미국 월가 출신 경제팀을 꾸리며 거꾸로 가던 금리 정책을 수정하면서까지 경제 회복에 방점을 둔 에르도안 대통령이 친(親)러시아 노선을 버리고 ‘실리 외교’ 노선을 택했다는 것이다.
 

● ‘친러에서 친서방’ 노림수 통할까

 

11, 12일(현지 시간)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물꼬를 트면서 나토의 안보 영토 확대를 통한 러시아 봉쇄 전략을 마무리한 인물은 에르도안 대통령이었다. 이를 두고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는 관측이 많다.

로이터통신은 11일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친러 행보를 보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심각한 국내 경기 침체 회복을 목표로 친서방 행보를 취했다고 분석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전격 찬성을 지렛대 삼아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을 가시화함으로써 대규모 외국인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에르도안 대통령으로서는 러시아 투자만으로는 국내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튀르키예 경제위기가 그로 하여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가 90% 하락하고 물가가 80% 치솟는 심각한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EU를 비롯한 서방의 지원과 원조가 필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취지다.

‘친서방 유턴’ 결정에는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서방 투자를 얻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러시아로서도 서방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관광, 에너지 같은 분야에서 협력해 온 터키가 매우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고 지적했다. 실제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은 튀르키예의 친서방 행보에도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겠다”고 밝혔다.
 

● 재집권 6주 만에 외국인 자금 유입 급등


에르도안 대통령 재선 직후만 해도 시장은 튀르키예 경제가 회복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재선 확정 이튿날인 5월 29일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20.10리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국제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도 “고금리는 만악(萬惡)의 근원”이라며 되레 금리를 낮춘 비상식적 경제 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부총리를 지낸 메흐메트 심셰크를 재무장관에, 월가 출신인 하피제 가예 에르칸을 중앙은행 총재에 앉히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심셰크 장관과 에르칸 총재는 각각 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 등을 거친 시장경제 전문가다. 여기에 2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22일 기준금리를 8.5%에서 15%로 끌어올렸다. 시장은 역행하던 경제 정책이 유턴을 시작했다고 반겼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부수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6월 한 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튀르키예 주식을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2021년 11월 이후 최대이며, 6개월 만의 외국인 자금 순유입이다. 튀르키예 주식시장 비스트(BIST) 지수도 한 달여 만에 34% 상승했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92%로 둔화됐다.

다만 튀르키예 경제를 마냥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신임 경제팀의 정책을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여전히 고금리에는 부정적이라고 밝힌 데다 내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기존 경제 정책으로 회귀하려 한다는 우려도 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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