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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7-17 13: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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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 설레게한 명품 ‘버킨백’ 탄생의 뮤즈... 제인 버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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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3.07.17. 오전 3:03   수정2023.07.17. 오후 1:06

 

佛 가수·배우 제인 버킨 별세
 

영국 배우 제인 버킨(오른쪽)과 딸 샤를로트 갱스부르. /위키미디어
자유분방한 이미지와 관능적 매력을 앞세워 1960~1970년대 배우와 가수·모델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던 프랑스 대중문화의 아이콘 제인 버킨(76)이 16일(현지 시각) 숨졌다. 프랑스 언론들은 버킨이 이날 파리 시내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간병인에 의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평소 심장 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버킨은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종 영국 출신이다. 하지만 프랑스 특유의 감각적 대중문화 스타일을 뜻하는 단어인 ‘프렌치 시크’를 상징하는 존재로 각인됐다.

1946년 런던에서 해군 장교의 딸로 태어난 그는 단역 모델과 배우로 활동하다 프랑스로 건너갔다. 그리고 전국적인 반정부 학생시위로 혼란스럽던 1968년 프랑스 샹송음악의 거장 세르주 갱스부르(1928~1991)와 만났다. 두 사람은 스무살 차이를 극복한 연인으로, 작곡가와 뮤즈로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갱스부르와 만나기 2년 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욕망’의 단역으로 스크린에도 데뷔한 그는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파격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캐릭터를 다수 연기하며 반전과 히피즘이 휘몰아치던 1960년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각광받았다. 동반자 갱스부르와 함께 작업해 1969년 발표한 ‘사랑해. 아니, 난’이 외설 논란 속에 방송금지 처분을 받았고, 7년 전 출연한 동명의 영화 역시 지나치게 자극적인 설정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뇌쇄적이고 흔들리는 특유의 음색으로 부른 1990년도 할리우드 영화 ‘끌로드 부인’ 주제곡 ‘예스터데이 예스 어 데이’는 한국에서도 사랑받았다.

결혼이 아닌 동거 관계를 유지한 버킨과 갱스부르는 슬하에 딸 샬럿 갱스부르(53)를 낳았고, 샬럿은 2009년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어머니에 이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가 됐다.
 

에르메스의 ‘버킨백’. /UPI 연합뉴스
버킨은 1985년 ‘더스트’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등 실력파 배우이지만 한국에서는 고가의 명품인 에르메스 ‘버킨백’의 탄생에 영감을 불어넣어준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1984년 파리행 비행기 안에서 당시 에르메스 경영자였던 장 루이 뒤마는 우연히 제인 버킨과 옆자리에 앉게 됐는데, 이때 버킨이 아기용품이 많이 들어가는 여행용 가방이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에 뒤마는 1900년대에 에르메스에서 생산했던 가방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수납력 좋은 가방의 모양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 디자인을 바탕으로 버킨백이 탄생했다.

버킨은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프랑스 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홍상수 감독과의 인연으로 그의 2012년 작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당시 두 번째 한국 콘서트를 앞두고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나는 늙었고 그가 날 필요로 할지 모르겠지만,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fortitud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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