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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7-18 11: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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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네타냐후에 “미국 오시라”…왜 급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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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3.07.18. 오전 9:27   수정2023.07.18. 오전 9:39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7일 각료회의에 참석하며 손인사를 하고 있다. 예루살렘/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미국에 초청할 뜻이 없다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중동 지역 주요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스라엘마저 중국에 접근하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정부는 17일 성명을 내어 네타냐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이 제기하는 위협 등을 논의하는 등 “따뜻하고 긴”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방문) 초청에 긍정적으로 답했으며, 양국 정부가 회담 일정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네타냐후 총리 초청은 급반전이다. 지난해 12월에 다시 집권한 네타냐후 총리는 의회에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대법관 선임에도 의회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사법 개혁’을 추진해 큰 반발을 불렀다. 그가 이끄는 극우 연립정부는 팔레스타인 지역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밀어붙여 국제적 비난도 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기자들의 질문에 “이스라엘은 계속 이런 길로 가면 안 된다”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또 “가까운 장래에” 그를 미국으로 초청하지 않겠다며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그는 이달 9일 방영된 <시엔엔>(CNN) 인터뷰에서는 현 이스라엘 내각은 “골다 메이어 이후 가장 극단주의적인 내각”이라고 했다. 메이어 전 총리(재임 1969~74년)는 “팔레스타인인들 같은 존재는 원래 없다”며 이스라엘에 터전을 빼앗긴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미국과도 마찰을 빚은 인물이다.

백악관은 태도 급변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사법 개혁 논쟁과 관련해 광범위한 동의가 필요하고, 민주주의라는 가치의 공유가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의 특질로 계속 남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밝혔다”고만 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 개혁’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관련 법안은 이번주 말이나 다음주께 의회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올해 내내 이어진 이스라엘 시민들의 반대 시위는 지난 주말에 수만명이 거리로 나오는 등 다시 거세지고 있다.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는 16일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독재 정부를 세우려 하는 게 매우 우려스럽다”며 “역사적으로 많은 독재 정부는 거리에서 포를 쏘는 탱크를 사용한 게 아니라 닫힌 문 뒤에서 서류에 서명하면서 세워졌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는 네타냐후 총리의 중국에 대한 접근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재집권한 뒤 반년 넘도록 백악관 초청을 받지 못한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말 중국으로부터 국빈방문 초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의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는 등 중동에 대한 중국의 간여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스라엘마저 중국에 접근한다는 것이어서 미국을 긴장시켰다.

또 연임 도전을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이 유대인들의 영향력에 신경쓰고 공화당과의 경쟁도 의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징적 국가 원수 역할을 하는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초청으로 19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도 만날 예정이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스라엘 상황에 대한 항의 표시로 합동연설에 불참한다고 했다. 매카시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안 하면 자신이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를 앞세우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가 실리 앞에 체면을 구긴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배후로 지목되자 사우디를 “외톨이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자 석유 증산 협조를 구하려고 사우디를 방문해 빈살만과 마주앉았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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