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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8-21 12: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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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유령도시”…캐나다 산불에 수만 명 대피, 군대까지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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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3.08.21. 오전 11:02

 

20일(현지시간) 산불 연기가 자욱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버논 모습. [AF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캐나다 서부에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만 가구에 대피명령을 내렸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산불 진화를 위해 이 지역에 군대 파견을 결정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산불이 통제 불능 상태로 내륙을 관통하며 급속히 확산하자 18일 비상 상태가 선포됐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저녁까지 3만 가구에 대피명령이 내려졌고, 다음날 추가로 3만6000가구에 대피 준비 통지가 발송됐다. 일부 주민이 자택 대피를 선택하자 당국은 아예 지역을 떠날 것을 촉구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는 약 400건의 산불이 발생해 소방 대원만 3400명이 투입됐지만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데이비드 이비 주총리는 지난 토요일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암울하다”고 말했다.

이비 주총리는 소방관을 위한 숙박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내 켈로와, 캠룹스, 올리버, 펜틱턴, 버논, 오소유스 일대에 비필수적인 지역 방문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긴급 명령을 발표해 호텔 및 기타 임시 숙박 시설에 체크인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소방 헬기의 원활한 작업을 위해 민간 항공기와 드론 비행을 금지시켰다.

트뤼도 총리는 20일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연방 군병력 지원 요청을 승인했다. 트뤼도 총리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군은 대피 및 기타 물류 작업을 돕기 위한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이 공식적으로 파악한 전소된 캐나다 국토 면적은 이미 1400만㏊(14만㎢)을 넘어섰다. 그리스 크기 만한 땅이 불에 탄 셈이다. 진화 작업과 인명 구조를 벌이던 소방관은 최소 4명 숨졌다. 정부는 더 이상의 소방관 순직을 막기 위해 주민들에게 즉시 대피할 것을 요구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대피한 킵 룸퀴스트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흰색 차량을 운전했는데 빠져나와 보니 차가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며 “이틀 넘게 언덕, 산, 나무 가릴 것 없이 다 탔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작은 마을인 엔터프라이즈의 고속도로 옆 길가에 20일 까맣게 그을려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잔해가 놓여 있다. 엔터프라이즈는 화재로 90%가 소실됐다. [AFP]

브리티시컬럼비아보다 북쪽에 위치한 노스웨스트 준주 수도인 옐로나이프시에서는 지난 18일에 주민 대피가 마무리됐다. 당국은 이날 늦게까지 주민들이 자동차나 비행기로 지역을 떠났다고 밝혔다. 병원에 있던 환자 39명이 마지막으로 타 지역의 시설로 옮겨지면서 대피 작전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송 과정에서 중환자 한 명이 숨졌다.

옐로나이프의 주민 수는 총 2만명인데 95%에 해당하는 1만9000명이 집을 떠났다. 남은 1000명 가량은 소방대원과 군인 등 필수 인원이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정치인 키에론 테스타트는 “이곳은 유령 도시다. 세상에 끝에 있는 것 같다”고 캐나다 현지 매체에 밝혔다.

AP통신은 옐로나이프에 아직 문을 연 곳은 식료품점과 약국, 술집이 각각 하나씩뿐일 정도로 도시가 사실상 텅 비어버렸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극심한 가뭄 등 환경적 조건으로 인해 이번 화재가 가을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한 관계자는 AFP통신에 “대피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며칠이 아닌 몇 주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민경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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