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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01-23 09: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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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미중 항모 남중국해 동거 시대
글쓴이 편집인 글잠금 0
제목 미중 항모 남중국해 동거 시대
내용

 

입력2023.01.23. 오전 12:01

 

랴오닝·산둥호 항모, 10년 걸려 기본 작전능력 갖춘 듯
”중 해군, 두 항모 남중국해 순환 배치로 니미츠호 등 미 항모 견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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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중국 해군이 부산합니다. 첫 국산 항모이자 두 번째 항모인 산둥호 항모전단이 1월 첫째 주부터 남중국해 북쪽 해역에서 대대적인 실전 훈련을 벌였어요. 가상의 대항팀을 만들어 함재기 주·야간 이착륙, 대함·대공 공격, 대잠수함 경계, 구호 등 종합적인 성격의 훈련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번 훈련은 미국을 의식한 측면이 커요. 작년 12월 이 해역 배치가 결정된 미 해군 니미츠호 항모전단이 1월12일 남중국해에 진입했거든요. 그 시기에 맞춰 맞불 훈련을 한 겁니다. 앞서 12월 하순에는 첫 번째 항모 랴오닝호 전단이 괌 서쪽 서태평양 해역에서 15일간 같은 훈련을 했죠.

두 훈련은 앞으로 랴오닝호와 산둥호가 교대로 남중국해에 머무르면서 이 해역의 미 항모전단을 경계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중 항모의 ‘불편한 동거 시대’가 열린 거죠.
 

미 해군 니미츠호 항모 전단. /US Navy

관영매체 “기본 작전능력 갖췄다”



산둥호가 연초부터 남중국해 훈련에 나선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목적은 올해로 취역 5년차가 된 산둥호 항모전단이 제대로 된 작전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고 싶은 겁니다.

항모전단은 취역 후 작전 능력을 갖출 때까지 통상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고 해요. 함재기만 해도 주간과 야간, 높은 풍랑 등 악천후에 관계없이 언제든 출격하려면 장시간의 훈련을 통해 조종사, 갑판요원 등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많은 사고와 희생이 따르는 과정이죠.
 

연초 남중국해에서 훈련 중인 중국 해군 산둥호 항모. /CCTV
거대한 항모전단은 손쉬운 공격 대상이기도 합니다. 공중과 육상, 해상, 수중에서 대함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공대함 미사일, 어뢰 등 각종 미사일의 위협에 노출되죠. 조기경보기와 첨단 레이더를 통해 상대방의 공격 움직임을 미리 감지하고, 요격할 수 있는 방어시스템을 갖추는 데도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번 훈련 소식을 전하면서 “산둥호가 이번 훈련을 통해 극단적인 해상 상황에서도 각종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썼어요. 중국 항모전단이 이제 기본적인 작전 능력을 갖췄다는 얘기입니다.

취역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산둥호가 이른 시기에 작전 능력을 갖추게 된 건 첫 번째 항모인 랴오닝호로 미리 예습을 했기 때문이에요.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온 옛소련 항모를 고쳐 만든 랴오닝호는 함재기 이륙용 스키점프대 등이 산둥호와 거의 동일합니다. 랴오닝호가 2012년 취역했으니 사실상 10년 걸려서 기본 작전능력을 갖춘 거죠.
 

성능과 전투력은 아직 큰 격차



이번 훈련은 랴오닝호 항모 전단이 작년 12월 하순 괌 서쪽 서태평양 해역에서 훈련한 직후에 진행됐습니다. 두 차례 항모 훈련이 미국에 던진 메시지는 이제 중국 항모 전단이 수시로 남중국해에 출동해 미 해군 항모 전단을 직접 견제하겠다는 거예요. 미국의 핵 추진 항모와 달리 중국 항모는 재래식 디젤 엔진을 쓰기 때문에 1~2주 단위로 연료 보급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 주기로 라오닝호와 산둥호가 서로 교대하면서 남중국해에 나타날 것으로 보여요.

홍콩 봉황망의 한 군사 전문 블로거는 1월16일 산둥호의 훈련 사실을 전하면서 “중국의 최신 항모와 미국의 가장 오래된 항모가 남중국해에서 같은 사진 앵글 안에 들어오나?”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산둥호는 2019년 취역한 최신 항모인데, 니미츠호는 1975년 취역해 47년이나 된 낡은 항모라고 주장하는 거죠. 대만해협 위기 때마다 미 항모전단의 위세에 눌려 좌절했던 과거의 중국이 아니라는 얘기도 하고 싶은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해군이 공개한 산둥호 항모의 함재기 주·야간 이착륙 훈련 장면. /중국 해군
하지만 성능이나 작전 능력 등 객관적 지표로 보면 산둥호는 니미츠호의 상대가 아닙니다. 핵 추진 항모인 니미츠호는 배수량 10만톤의 대형 항모로 함재기를 90대나 실을 수 있죠. 핵 추진이라 항속거리도 사실상 무한정입니다.

여기에 비해 산둥호는 배수량 7만 톤급에 탑재 가능한 함재기가 30~40대 정도 수준이에요. 재래식 추진이어서 항속 거리도 한계가 있습니다.
 

남중국해 남북서 대치 구도



가장 큰 차이는 함재기 이륙 방식이에요. 증기식 사출기를 쓰는 니미츠호는 함재기의 이륙 중량이 많아서 조기경보기, 전자전기 등을 운용할 수 있고 전투기의 무장·연료 탑재량도 월등합니다. 반면, 스키점프대로 이륙하는 산둥호는 이륙 중량이 적어 조기경보기 같은 무거운 기체는 실을 수 없고 전투기 무장·연료 탑재량도 크게 떨어져요. 군사 전문가들 말로는 초등학생과 대학생 수준의 차이라고 합니다.

중국 자신도 이런 격차를 잘 알고 있어요. 8만 톤급 배수량에 3대의 전자식 사출기를 갖춘 세 번째 항모 푸젠호가 실전에 투입돼야 어느 정도 전력 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작년 진수식을 갖고 시험 운행 중인 푸젠호는 내년쯤 실전 배치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전자식 사출기가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가 아직 미지수예요.
 

미 해군 니미츠호 항모의 최근 항로. 필리핀해를 거쳐 남중국해에 진입했다가 1월15일 베트남 남부 해역으로 이동했다. /자료=베이징대 SCSPI
작년 12월 미 7함대에 배속된 니미츠호는 1월3일부터 10일까지 1주일간 필리핀 인근에서 머무르다 1월12일 바시해협을 거쳐 남중국해에 진입했어요. 남중국해를 동서 방향으로 항해하면서 함재기 이착륙, 대잠수함 경계, 공격 등 종합 훈련을 했다고 합니다.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있는 스카버러섬을 거쳐 지금은 베트남 남부 해역으로 가 있다고 해요.

같은 남중국해이지만 산둥호와는 1000㎞ 전후 거리를 둔 지점에서 산둥호 전단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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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find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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