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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01-23 10: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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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빅테크 분석] 마윈이 떠나니 알리바바가 산다? 겨울의 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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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빅테크 분석] 마윈이 떠나니 알리바바가 산다? 겨울의 끝이 보인다.
내용

 

입력2023.01.23. 오전 7:03

 

창업자 마윈 앤트그룹 지분 53%→6%
외부이사진 10명중 5명으로 확대
공산당 의사결정 간섭 여지 키워

마윈 경영권 상실 발표 후 빅테크 지원책 쏟아져
알리바바-항저우 전략적 협정
디디추싱엔 신규앱 다운로드 풀어줘
금융당국 “플랫폼 기업 금융업 특별정리 완료”

알리바바 주가는 연초 반등
투자은행들 “올해 25% 상승” 전망



[글로벌이슈인사이트는 국제뉴스의 이면을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주 월요일 매경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됩니다.]

올해는 내 중국 주식 살아날까, 마음 졸이는 분들 많으시죠. 중국 대표 기술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주식 보유한 분들은 중국 당국이 빅테크 규제를 끝낼지, 계속할지 촉각을 곤두세울 겁니다. 2020년 10월 298홍콩달러까지 갔던 알리바바 주가는 작년 10월 61.75홍콩달러까지 추락하기도 했습니다.
 

한때 주당 300홍콩달러에 육박했던 알리바바 주가는 작년 10월 61.75달러까지 급락했다.연초 빅테크의 큰형 격인 알리바바에서 큰 뉴스가 나왔습니다. 바로 앤트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소식입니다. 지난 7일 알리바바의 핀테크 회사인 앤트그룹이 지배구조를 바꿨다고 성명을 냈습니다. 4페이지짜리 성명은 단 네 글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마윈 퇴출’입니다.
 

앤트그룹 지배구조 개편 성명 <출처=앤트그룹 홈페이지>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은 지배구조 개편 전 앤트그룹의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53.46% 보유한 1대주주였습니다. 앤트그룹은 항저우 쥔한과 항저우 쥐나오라는 2개 회사, 그리고 나머지 주주들이 각각 31.04%, 22.42%, 46.54%를 소유하고 있는 구조였는데요. 마윈은 항저우 쥔한과 쥐나오에 투자한 항저우 윈보 투자자문이라는 회사의 최대 주주였습니다. 이 회사를 통해 앤트그룹을 좌지우지하는 방식입니다.
 

앤트그룹 지배구조 개편 후 지분구조 <출처=앤트그룹 홈페이지>하지만 지배구조 개편 후 마윈의 지분은 6%대로 쪼그라듭니다. 항저우 윈보가 쥔한과 쥐나오 두 회사를 모두 컨트롤하는 대신 윈보는 쥐나오만 소유하고, 항저우 싱타오 자산관리자문회사를 내세워 항저우 쥔한을 소유하게 한 겁니다. 그러면서 마윈을 포함한 개인 5명이 항저우 싱타오 지분을 20%씩 나눕니다. 앤트그룹 지분의 31%를 갖고 있는 회사를 5분의1로 쪼개 가지게 되니, 결국 마윈 지분은 6%에 그치게 되는 거죠. 앤트그룹의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였던 마윈은 그야말로 ‘원오브뎀’이 됩니다. 7일 부로 마윈은 앤트그룹의 지배권을 상실합니다.
 

중국, 내수 부양 위해 ‘꺼진 불’ 빅테크 살리기 총력

중국 정부는 빅테크가 필요합니다. 빅테크는 제로코로나 이후 경제 성장이 절실한 중국에서 소비 회복의 열쇠입니다. 2021년 중국 인터넷 산업 규모는 5조4800억위안(1005조원)에 육박합니다. 국내총생산(GDP)의 30%에 달하죠. 빅테크가 사람을 뽑아줘야 14억 중국의 내수 시장이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취업해야 온라인 쇼핑도 하고 게임도 하고, 여행도 가고, 대출 받아 집도 사지요.

중국은 경제 부양을 위해 빅테크가 필요합니다. 당국은 빅테크 지원 신호를 작년 말부터 계속 보내왔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올해 경제 정책을 확정하기 위해 작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민영 경제의 장대한 발전”을 언급하면서 “이는 장구한 정책으로 임시방편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민간 기업을 키워 소비를 늘리겠다는 거죠. 올해 펼칠 경제 5대 전략 중 첫째는 내수 확대, 둘째는 디지털 경제발전과 플랫폼 기업 주도의 고용 창출이었습니다. 빅테크를 살리려는 신호는 명확했는데, 왜 ‘대부’격인 마윈을 쳐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 겁니다.
 

빅테크 규제 애초에 왜 했나 1. 데이터보호

제로코로나로 대대적인 시위까지 겪은 중국 정부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경제를 살려야 합니다. 그래도 무작정 빅테크를 풀어줄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규제를 시작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첫 번째 이유는 데이터보호입니다. 빅테크들은 대부분 디지털과 금융을 결합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소비성향을 파악해 맞춤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알리바바 징둥닷컴 핀둬둬 등 온라인쇼핑몰 사업을 하는 곳은 물론이고, 메이퇀 디디추싱 등 음식배달이나 승차공유사업을 하는 곳들도 대부분 빅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그런데 정보를 통제하고 시민들을 검열하는 중국 정부는 점점 방대해지는 정보를 일반 기업들이 쥐고 있는 것이 불안해졌습니다. 중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빅테크들은 해외에 진출했고, 더 많은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미국 증시에 앞다퉈 상장했습니다. 그러다보면 미국 규제 당국의 감독을 받게 되니 중국은 자국 정보가 해외로 넘어갈까 우려한 거죠. 중국 정부가 만류했는데도 뉴욕 증시 상장을 강행한 승차공유 업체 디디추싱이 결국 자진해 상장폐지하고, 1조5500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빅테크 규제 애초에 왜 했나 2. 디지털 화폐와 알리페이와의 경쟁 구도

금융당국과 알리바바 사이에는 또 다른 알력다툼이 있었습니다. 알리바바의 결제플랫폼인 알리페이의 사용자는 2019년 이미 9억명에 달했습니다. 알리페이 계정으로 물건을 결제하는 것은 물론, 사람들끼리 돈을 주고받고, 대출도 가능합니다. 은행의 역할을 하는데도, 알리바바는 기술기업이라 중국 정부가 규제하기가 어려웠죠. 중앙정부가 발행하는 디지털위안화와 알리페이가 경쟁 구도에 놓일 위험도 적지 않았습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알리페이를 디지털화폐 발행 플랫폼으로 통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알리바바는 굽히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요청한 고객 정보 공유를 거부했고, 마윈은 2020년 10월 당국을 ‘전당포’에 비유하면서 “중국 정부가 금융부문에 과잉 규제를 하고 있다”고 발언했죠. 안 그래도 알리페이가 불편했던 당국과의 갈등은 깊어졌습니다. 시사잡지 디플로맷은 일련의 사건들에서 당국이 “알리바바가 오만하고 위협적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앤트그룹 상장 추진에서 양쪽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앤트그룹이 상장하면 알리바바의 금융부문 지배력이 더 강화되는 구조였거든요.
 

빅테크 규제 애초에 왜 했나 3. 신용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

핀테크 업체들이 담보가 없는 사람들에게 신용대출을 해주면서 가계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도 중국 정부의 골치거리였습니다. 앤트그룹은 알리바바의 수많은 계열사를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의 신용등급을 매기고, 대출을 해줬습니다. 사람들의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었습니다. 2017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앤트그룹처럼 소액대출을 하는 소액 대출에 사람들이 갚지 못한 돈이 3920억 달러(487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습니다. 감시할 수 없는 기관에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빚을 지는 것을 공산당이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겠지요.

마윈이 2020년 10월 한 포럼에서 공산당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고, 그 발언 이후 빅테크 규제가 시작된 것은 맞습니다. 다만, 마윈의 발언이 중국 공산당을 자극했다기보다는 공산당이 적당한 구실을 찾고 있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지 모릅니다. 그 후 2년간 마윈은 공식 무대에서 사라집니다. 앤트그룹 상장 역시 무산됐지요.
 

중국, 빅테크 개혁방안 수개월간 공들여...“앤트그룹은 누구의 회사도 아니다”

과연 중국은 빅테크가 중요한지 몰라서 규제를 시작했을까요?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보다는 빅테크가 더 거대해지기 전에 빅테크를 공산당 말을 잘 듣게 ‘길들이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 당국이 작년 3월부터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국무원 금융안정위원회를 통해 빅테크의 시장화, 법치주의, 국제화 원칙에 따른 개혁 방안을 준비해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빅테크가 계속 성장하더라도 중국 법률에 위배되지 않고, 해외 사업을 확대할 때도 중국 공산당이 이를 장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왔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다시 앤트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돌아가 볼까요? 앤트그룹의 지배구조 성명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어떤 주주도 단독으로, 혹은 다른 주주와 공동으로 앤트그룹의 이사회 결정을 통제할 힘을 갖지 않게 된다”는 말입니다. 어떤 주주도 앤트그룹 이사진의 대다수를 지정할 수 없고, 따라서 앤트그룹은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윈의 회사였던 앤트그룹이 이제는 누구의 회사도 아니며, 앞으로도 개인의 회사가 될 수는 없다는 선언입니다.

이번 개편으로 앤트그룹의 이사진 중 외부 이사진은 총 5명으로 늘어납니다. 앤트그룹 대소사를 결정할 주요인물 10명 중 절반이 외부 인사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앤트그룹 의사결정에서 중국 정부의 입김이 이전보다 더 세질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합니다.

최근에 중국 고위 인사의 의미 있는 발언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결제원 정도의 기능을 하는 금융 감독기관 수장인 궈수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14개 플랫폼 기업의 금융업 특별정리를 기본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힌 겁니다. 이 14개 플랫폼 기업에는 앤트그룹, 텐센트, 두샤오만, 징둥닷컴, 바이트댄스, 메이퇀금융, 디디금융, 시나금융, 씨트립금융 등이 포함됩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빅테크를 지원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앤트그룹 외에 남은 13개 그룹도 공산당이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 있게 이미 구조조정이 됐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빅테크 대부 마윈, 반골 기질 강해 공산당과 갈등

2021년 5월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열린 ‘알리바바의 날’ 행사에 참석한 마윈.여기서 마윈이 왜 내쳐졌는지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나옵니다. 앤트그룹의 수장인 마윈은 “당국이 원하는 대로” 와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마윈은 공산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대담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2003년 알리페이를 만든 이후 그는 “누가 알리페이 때문에 감옥에 가야한다면, 내가 가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정부가 그것(앤트그룹)이 필요하다면, 나는 그걸 정부에게 넘기겠다”라는 말도 여러 번 했습니다.

마윈을 쳐낼 명분도 있었습니다. 마윈은 자수성가한 억만장자의 대명사인 동시에 부자를 혐오하는 중국인들의 표적이었습니다. 중국의 빠른 성장의 표상이자, 급속한 경제성장의 그림자로 생겨난 엄청난 빈부격차와 착취적인 노동시장을 보여주는 사람이었지요. 공산당은 이런 부자에 대한 ‘공분’을 이용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속내는 “빅테크는 필요하지만 마윈은 필요없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공산당은 특정 개인이 좌우하는 빅테크 대신 공산당의 입김을 강하게 불어넣을 수 있는 빅테크를 원했던 겁니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작업은 거의 완료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간판스타 마윈을 찍어냈고, 많은 빅테크 창업자들이 2년간 공동부유와 재해 피해 복구 등에 거액을 기부하며 시진핑 정권에 ‘충성맹세’를 했습니다.
 

“핀테크 규제 완화될 것” 알리바바 주가 연초 급상승

시장은 이미 마윈이 앤트그룹을 떠난 소식을 반겼습니다. 알리바바 주가는 올해 첫 개장일에 주당 88.65홍콩달러로 시작했지만, 성명 발표 다음 개장일에 단숨에 7% 올랐습니다. 중국 정부의 눈엣가시인 마윈이 떠난 것은 앤트그룹 상장에 호재라는 거죠. 알리바바 주가는 제로코로나 폐기 이후 기대감까지 맞물려 13일간 26%나 상승했습니다.

해외 투자은행들도 마윈이 앤트그룹에서 물러나는 것을 주가 상승 요인으로 봤습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알리바바 주가가 올해 25%오른다”, “핀테크 규제가 완화된다”면서 알리바바를 ‘확신 구매 목록’등으로 추천했습니다.

2년 넘게 지속됐던 중국 빅테크 탄압은 해빙 모드로 접어들었습니다. 11일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저장성 항저우 정부는 알리바바와 전략적 협력 협정을 맺었습니다. 항저우 당서기가 알리바바가 항저우에 큰 기여를 했다고 치하하면서 알리바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국영 CCTV는 중국 경제가 올해도 발전할 것이라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이례적으로 방영했는데, 여기에는 21명의 경제인 중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 빅테크 최고경영자들도 출연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빅테크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공언해준 셈입니다. 규제 당국은 최근 승차공유앱 디디추싱의 25개 앱도 신규 다운로드나 신규 가입이 가능하도록 1년 여간 지속했던 규제를 풀었습니다.

빅테크는 지난 20년간 중국의 성장을 이끈 기관차였습니다. 기관사를 교체한 열차가 어느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달릴지, 과연 중국 정부의 기대대로 제로코로나로 침체된 중국 경제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유진 기자(youzhe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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