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올라도…이번주 은행 대출금리 0.3%P 안팎 더 떨어진다
입력2023.01.15. 오전 10:19 수정2023.01.15. 오전 10:21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이번 주 은행권 대출금리는 반대로 0.3%포인트 안팎 떨어질 전망입니다.
최근 낮아진 시장 금리와 예금 금리가 반영되기 때문인데, 반대로 예금 금리의 경우 일부 은행이 당국과 여론의 눈치를 살펴 시장 금리 흐름을 거스르면서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말 단기자금 경색 후유증에 당국의 개입까지 더해져 일반적 금리 체계가 꼬이고 금융소비자들의 혼란만 커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780∼7.410%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여기에서 0.1%포인트 이상 떨어질 것이 확실시됩니다.
변동금리는 주로 코픽스를 따르는데, 다음주 초 발표될 예정인 작년 12월 기준 코픽스가 지난달 예금 금리 하락을 반영해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기준금리, 시장금리 상승으로 지난해 11월 5%를 넘어섰던 예금 금리는 최근 4%대로 내려왔고, 일부 은행 상품의 경우 3%대 후반까지 하락한 상태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내일 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하겠지만, 자체 추산 결과 예금 금리 하락 등으로 약 0.15%포인트가량 코픽스가 인하될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도 0.3%포인트 안팎 인하될 전망입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주담대 혼합형과 신용대출의 지표 금리인 은행채 5년물과 1년물의 금리가 최근 1주일새 각 0.394%포인트, 0.186%포인트 내렸기 때문입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채 금리 인하분이 월요일부터 주담대 혼합형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에 반영돼 금리가 낮아질 예정"이라며 "다른 시중은행의 금융채 기준 대출 금리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KB국민은행은 시장금리와 별개로 가계대출 금리를 더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시행한 전세자금대출 금리 최대 0.75%포인트 인하 조치에 이어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해 가산금리를 줄이거나 우대금리를 늘려 가계대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쪽으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달 초 8%대까지 금리를 올렸던 우리은행의 경우 이미 13일부터 급여이체·신용카드 관련 우대금리를 추가하고 가산금리를 조정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낮췄고, NH농협은행도 20일부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80%포인트 내릴 예정입니다.
잇단 자진 금리 인하의 공식 명분은 취약계층 이자 부담 완화지만, "예대 금리 차이가 크다"는 여론·금융당국·정치권의 지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시장 금리 하락에 이런 눈치 보기가 겹쳐 최근 불과 1주일 사이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은 0.7%포인트나 급락했습니다.
일반적 상황이라면 최근처럼 채권 금리가 떨어질 경우 대출 금리뿐 아니라 예금 금리도 함께 낮아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1년 만기 정기예금은 주로 은행채 1년물 금리를 반영해 책정되는데,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그만큼 시장에서 적은 조달 비용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뜻인 만큼 굳이 은행이 금리를 높여 예금을 더 받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따라서 1주일새 은행채 1년물 금리가 0.4%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면 예금 금리도 비슷한 폭으로 낮춰야 하지만, 오히려 현재 상당수 은행은 조만간 예금 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13일 기준금리 인상분, 0.25%포인트와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신(여신) 상품 금리 인상 시기와 폭을 이른 시일 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이번 주 초 관련 부서들이 모여 예금 금리 인상 관련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예금 금리에 반영해 온 만큼 대표 상품 위주로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시장 금리를 거슬러 예금 금리 인상을 논의하는 자체도 "대출 금리만 오르고 예금 금리는 떨어진다"는 외부 비난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입니다.
은행권에서는 "요즘처럼 금리 결정이 어렵고 혼란스러운 적이 없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에 당국의 지나친 금리 간섭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7월부터 월별 예대금리차 공시까지 도입하면서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을 독려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같은 해 8월과 10월 빅 스텝 등을 반영해 앞다퉈 정기 예·적금 금리를 올렸습니다.
여기에 11월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자금 경색 사태가 심각해지자 회사채 발행 위축을 우려한 당국은 은행채 발행을 사실상 막았고, 은행은 유일한 자금 조달원으로서 예금의 금리를 더 높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5%를 넘어섰고, 상승분이 그대로 코픽스에 반영되면서 12월부터 적용된 코픽스는 한 달 새 0.36%포인트나 뛰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코픽스 구성 요소 가운데 코픽스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을 따지면 예·적금이 70∼80%에 이릅니다.
그러자 당국은 이제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이라며 예금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당부하고 나섰습니다.
결국 지난해 11월 이후 당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기준금리 예금 금리를 못 올렸고 대출 금리의 경우 앞서 인상한 예금 금리가 뒤늦게 반영돼 높아졌는데, 일부러 예대금리차를 키운다는 지적이 억울하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입니다.
더구나 지난해 말 이후 시장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은행은 예금 금리 추가 인하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고 오히려 인상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은행 예금·대출 금리가 자연스럽게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도록 놔뒀더라면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지금보다 줄었을 수도 있다"며 "자금경색 사태와 당국 개입으로 금리 체계가 꼬인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를 웃도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례적 현상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미래 불확실성 탓에 채권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높아 고정금리가 우위지만, 자금경색으로 작년 말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데다 예금 금리 급등의 여파로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가 치솟은 결과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안상우 기자(asw@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