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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9-12 11: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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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산불은 美 비밀무기 탓'…NYT "중국이 퍼트린 음모론"
내용

 

입력2023.09.12. 오전 11:24 수정2023.09.12. 오전 11:25

 

지난달 1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하와이 마우이섬의 대규모 산불과 관련해 '미군이 비밀무기를 실험하다 불을 냈다'는 음모론을 퍼뜨린 주체가 중국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RAND)연구소, 메릴랜드대 등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배후로 지목된 이 음모론은 미국 정부가 날씨를 이용한 신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하는 과정에 마우이섬에 불을 냈고, 이 사실을 영국 해외정보국(MI6)이 파악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달 1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하와이 마우이섬의 대규모 산불과 관련, '미군이 비밀무기를 실험하다 불을 냈다'는 음모론을 퍼뜨린 주체가 중국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와이 라하이나에 있는 한 교회가 8월 8일 화염에 휩싸여 있는 모습. AP=연합뉴스NYT에 따르면 중국 측은 음모론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조작 사진도 퍼뜨렸다. MS 연구진이 확인한 AI 조작 사진은 레딧 게시물 등 여러 SNS 플랫폼에 등장했다.  

하와이 산불 음모론의 실체를 파헤친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은 중국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자연재해를 이용했다면서 "지도국을 꿈꾸는 나라로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NYT는 "중국 측이 미국 사회의 분열 조장을 목적으로 음모론을 퍼뜨린 것으로 보이지만, 성과를 거뒀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평했다. '미군 비밀무기 실험 화재설'을 믿는 미국인들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 미대선 염두에 둔 듯…지난 대선 때도 러시아가 음모론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적극적으로 음모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점과 그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중국은 대만이나 신장 위구르의 인권 문제 등 자신들과 직접 연관된 사안에는 적극적으로 인터넷 여론 조작을 했지만, 이제는 중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온라인에서 선동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보안업체인 레코디드퓨처의 브라이언 리스턴 연구원은 NYT에 "중국이 자신들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중국이 음모론 생산에 적극적인 이유는 내년 미국 대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NYT는 "이런 양상은 러시아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직전인 2015년부터 보였던 패턴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2016년 미 대선 기간에 온라인상에서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봇(자동으로 SNS 게시물 등을 올리는 계정)과 가짜 계정을 운영했다.  

8월 19일 하와이 라하이나에서 발생한 산불의 여파를 한 남성이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MS의 위협분석 센터의 총괄 책임자인 클린트 와츠는 NYT에 "중국이 (미국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러시아식 전술을 채택한 거로 보인다"면서 "(음모론 확산을 통해) 미국 등 다른 나라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 하와이 산불 음모론 생산과 관련, 중국과 러시아가 공조한 정황도 포착됐다. 러시아는 최근 마우이섬의 산불 이후 미국 온라인 사용자를 겨냥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돈으로 산불 피해 난민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을 퍼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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