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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번번이 거부권 … 우크라전 계기 ‘안보리 무용론’ 확산
내용

 

입력2023.09.19. 오후 7:02

 

바이든發 ‘유엔 개혁안’ 배경

러 ‘침공 규탄 결의안’ 채택 막아내고 
‘北 핵·미사일 규탄’도 中과 함께 비토 

상임이사국 확대 128개국 승인 필요 
유엔헌장 개정 등 개혁 현실화 ‘험로’ 
英·佛도 거부권 제한 등 논의 본격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되는 제78차 유엔 총회에서 그간 누적돼 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개혁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전망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침공을 계기로 안보리 기능이 마비되고 ‘안보리 무용론’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을 포함한 주요 회원국들이 안보리 개혁 요구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미국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유엔 개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러시아의 잔인하고 불법적인 전쟁은 유엔헌장을 크게 위반했고, 중국과 우리는 명백한 의견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 참석할 것이고, 우리에게는 강력한 동맹과 새로운 파트너가 있다”며 “우리는 유엔의 제도 개혁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러, 툭하면 ‘반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대사(가운데·작은 사진 확대)가 손을 번쩍 들어 말리 군부정권에 대한 제재를 1년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북 제재 무시로 ‘안보리 무용론’이 거세짐에 따라 19일 개막한 유엔총회에서는 상임이사회 의석 추가, 거부권 제한 등 안보리 개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뉴욕=신화연합뉴스 
유엔 안보리 개혁 논의는 임기가 영구적이라는 의미의 5개 상임이사국 ‘P5’(Permanent Five)의 권한 문제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까지 P5가 보유한 거부권이 유엔 안보리 체제를 유명무실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안보리에서 결의가 채택되려면 5개 상임이사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는데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자국 이익 보호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상임이사국이라는 지위를 활용, 유엔 안보리에 제출된 자국에 대한 규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과 미사일 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규탄 결의안도 마찬가지로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로부터 자폭 드론 5대 등을 선물로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러시아가 유엔 제재 결의안을 대놓고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2017년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른 산업용 기계의 대북 수출 금지를 위반한 사례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도 지난 3월 정상회담에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사용 제한 등 안보리 개혁안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동선언문에서 “유엔 안보리 개혁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며, 거부권의 책임 있는 사용을 지원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라르고=AP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 행사도 예외적이고 특별한 상황에만 행사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국가를 포함해 상임이사회에 의석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앞서 유엔 총회를 앞두고 유엔 193개 회원국으로부터 안보리 개혁안에 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이사회 의석을 추가하고 거부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부권 제한을 포함한 안보리 개혁이 추진될 경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제재,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에 대한 추가 제재 등도 이뤄질 수 있다. 다만 개혁에 따라 유엔헌장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비준이 필요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를 위해선 193개 회원국 중 최소 128개국의 승인이 필요해 실제 개혁이 이뤄지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추가 상임이사국 후보국으로는 인도와 브라질,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등이 거론된다. 상임이사국 확대 안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이들 개별 국가에 대한 호불호가 나라마다 갈려 실제 얼마나 안보리 멤버가 확대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인도는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대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 중이고 세계 1위 인구를 가졌지만 영토 분쟁 중인 중국과 파키스탄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칠 수 있다. 경제·안보 강국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주변국에서 벌인 강제동원 등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화해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 적절치 않다는 평가가 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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