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9.20. 오전 9:16
미국 서유럽과 거리..우크라 전쟁 등 중립적 중개자 역할 [브라질리아=AP/뉴시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올해 5월 30일 수도 브라질리아의 이타마라치궁전에서 열린 남미 정상회의 참석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남미 단일화폐 도입 문제 등의 의제를 제안했다. 2023.09.20.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브라질이 돌아왔다"는 구호를 앞세우고 브라질과 자신의 새로운 위상을 강조하며 세계 순방과 유엔총회 연설등 광폭의 외교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해 대선에서 극우파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재선 야심을 꺾고 당선했다. 4년 임기 동안 브라질의 지정학적인 위상과 외교 부문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보우소나루와는 반대로 룰라 대통령은 최근 몇 달 동안 지구촌 전체를 누비면서 무려 21개국을 방문했고 다국간 포럼을 곳곳에서 개최하는 등 광폭의 외교행보를 보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룰라 대통령이 방문한 국가는 현재 대결상태인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서 이탈리아, 인도, 아르헨티나, 앙골라 등 여러 대륙의 나라들이다. 각국에 대한 국빈 방문과 연설을 통해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과의 국교를 새롭게 강화하고 다국간 포럼을 잇따라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룰라 대통령은 2009년 두번째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 해에 유엔총회에 참석한지 14년만에 다시 연단에 올랐다. 룰라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브라질은 지금 브라질 자국과 각 지역, 전 세계, 다자주의와 새롭게 만나고 있는 중"이라며 "내가 지칠줄 모르고 외치고 있는 것처럼, 브라질은 돌아왔다. 브라질이 돌아와 다시 세계의 가장 긴급한 문제들과 맞서서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와 의무를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브라질의 국제사회를 위한 활발한 참여 역시 룰라 대통령과 보우소나루와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고 상파울루의 제툴리우바르가스 재단 대학교의 국제관계학과 올리버 스투엔켈 교수는 AP통신에게 말했다. 룰라의 지난 해 대선 승리는 브라질 역사상 가장 박빙의 승부였고 브라질 민주주의의 양극화와 분열 현상은 룰라가 취임한 이후로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룰라를 축출하기 위해서 의사당에 난입하는 폭거를 일으키기까지 했다. [브라질리아=AP/뉴시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가운데) 브라질 대통령이 9월 5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아마존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소니아 구아자라(오른쪽) 원주민 장관, 조에니아 와피샤나 국립원주민재단 이사장과 원주민 구획 명패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09.20.많은 사람들은 룰라가 지금처럼 양분된 국가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 국내에 머물면서 국내 문제에만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국내 문제와 동시에 국제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재선 후에나 있을 법한 전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순방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룰라대통령의 세계 공략 정책은 남미 지역의 존재감 확대, 세계 무역 시장에서 달러화 지배를 줄여나가기 등 현실적인 활동 목표를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특히 룰라는 브라질이 앞으로 더 이상 미국이나 중국 등 세계 경제의 주도국이자 브라질의 2대 무역 상대국인 나라들 가운데 어느 한 쪽 편을 들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또 러시아 침공으로 일어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 편이 되는 대신에 여러 다양한 국가들의 단체를 조성해서 평화회담을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급한 이후에 룰라는 브라질의 ICC회원국 자격에 대해 재고해 봐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룰라 대통령의 일부 언행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를 주장하는 룰라가 남미 지도자로서 야심찬 계획을 밝힌 연설, 기후변화나 불평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련해서 세계 부국들의 양심에 호소하며 이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요구한 점은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뉴욕에 본부를 둔 미국협회의 브라질 전문가 브라이언 윈터 부회장은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과 룰라대통령은 뉴욕에서 20일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노조 지도자들과의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지난 15일 기자들에게 밝혔다. 유엔총회 연설에도 첫번 째와 두 번째로 나섰던 브라질과 미국의 대통령은 연단에 오르기 전에 잠시 서로 만나서 인사했다. 지난 해 보우소나루 대통령 임기중에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었다. 차미례 기자(cmr@newsis.com) 기자 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