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38) 왕세자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38) 왕세자가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면 사우디도 핵을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AP,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방송 예정인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 발췌본에서 이같이 밝혔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을 걱정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어떤 국가든 핵무기를 보유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그것(핵무기 보유)은 나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란)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기에 이를 가질 필요도 없다”면서 핵무기 사용은 곧 전 세계와의 전쟁을 뜻한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핵무기 보유국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들이 (핵무기를) 얻으면 우리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는 2016년 시아파 대국 이란과 국교를 단절하고 대립해 왔다.

이란은 2015년 미국, 프랑스 등 6개국과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거나 축소하는 것을 대가로 자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협약을 체결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2018년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에 이란은 우라늄 농축도를 높이는 등 핵 개발 프로그램을 재가동하며 서방을 압박해 왔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지난달 8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미국의 중재로 외교 관계 정상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사우디는 그 조건으로 핵 무기 개발을 추진 중인 이란에 대응할 수 있는 안보 보장을 내걸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협상에 대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회담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양국 관계 정상화를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내세울 잠재적 외교 성과로 본다.

하지만 무함마드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사안은 해결해야 할 매우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는 이전부터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출범을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의 전제로 제시해왔다.

이스라엘 현 정권이 우파 성향인 점을 고려할 때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이스라엘 측의 양보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해선 “이런 종류의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우디 보안 시스템을 개혁하고 있다”고 답했다.

카슈끄지는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다가 2018년 튀르키예에서 암살당했다.

무함마드 왕세자 측은 카슈끄지 살해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이는 부하들이 보고 없이 독단적으로 저지른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서방국들은 사실상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을 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최근 석유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에 대해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은 시장 안정화를 위한 것일 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도우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석유 감산 문제로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가 된 데 대해 “미국과 최근 복잡한 관계가 되긴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자국의 골프 대회인 LIV 골프와 미국프로골프(PGA) 합병 논란에 대해선 “골프 산업에 있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이것이 이른바 ‘스포츠워싱(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이라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