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표정 밝을 수만은 없어…서방 우크라전 피로감 고조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을 찾아 4천350억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 패키지를 받아냈지만 당초 기대했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은 지원받지 못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 후 3억2천500만 달러(약 4천350억원)에 달하는 추가 지원 패키지를 공개했다.
(워싱턴DC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회에서 상원의원들과 회동한 후 대화하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 상·하원 지도부를 만나 자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호소했다. 2023.09.22 besthope@yna.co.kr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주 강력한 패키지"라며 "이것은 정확하게 우리의 전사들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 목록을 보면 상당수의 방공 미사일과 포탄, 대전차 무기, 집속탄 등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조만간 미 육군 주력 전차인 에이브럼스 M1도 우크라이나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표정이 밝을 수만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는 기존에 지원받은 것보다 더욱 강력한 장거리 무기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지만 이번 지원 목록에도 그와 같은 무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부터 야심 찬 대반격에 들어갔지만 러시아군이 전선에 참호와 용의 이빨(Dragon'steeth: 피라미드 모양의 대전차 방어구조물) 등 방어수단을 워낙 촘촘하게 깔아놓은 탓에 유의미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젤렌스키는 전선 너머 적 후방부를 타격하기 위해선 F-16 전투기와 사정거리 300㎞의 에이태큼스 미사일 등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말해 왔다.
F-16 전투기의 경우 미국도 지원을 약속했지만 조종사 교육 등 준비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까닭에 젤렌스키는 최근엔 에이태큼스를 받아내는데 더 공을 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패키지에도 에이태큼스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마이클 맥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젤렌스키가 F-16과 에이태큼스를 요청하더라"고 전했다.
미국 등 서방국은 인플레이션과 관련 예산 부족 등 전쟁에 대한 피로감으로 전쟁이 빨리 끝나길 원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화끈한' 무기 지원에는 여전히 주저하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가 이들 무기로 러시아의 본토를 공격하게 되면 서방과 러시아간의 전쟁으로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2014년부터 실효 지배 중인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흑해함대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했는데, 여기에 영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여론도 시간이 갈수록 식어가고 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연설 요청을 거부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매카시 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에서는 미국이 지원한 무기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banana@yna.co.kr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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