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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9-25 08: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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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자연재앙 덮친 아프리카… 국제 구호단체 최악 자금난
내용

 

입력2023.09.25. 오전 4:05

 

“서방 선진국, 원조예산 삭감… 대신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
유엔식량계획, 사업규모 반토막

대홍수가 덮친 리비아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진흙투성이가 된 모습. AFP연합뉴스
가장 가난한 대륙인 아프리카를 돕는 국제 구호단체들이 올해 최악의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잇딴 분쟁과 엄청난 자연재앙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고통이 더욱 늘어났음에도, 서방 선진국들이 해외원조 규모를 속속 삭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비 지원에 나섰던 서방국가들은 올해 인플레이션으로 경제마저 악화되자, 원조 예산을 깎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3일(현지시간) 올해 세계 각국의 구호자금 조달이 줄어들면서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전 세계 3억4500만명을 돕는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필요자금이 251억달러인데 확보한 돈은 100억달러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올해 굶주림에 시달리는 세계 인구는 코로라19 팬데믹 이전보다 무려 2억명이 증가한 상태로, WFP는 자금 부족으로 식량을 사지 못해 중앙아프리카 차드의 기아 인구 230만명 중 100만명만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차드의 일부 캠프에는 식량 배급이 끊겼으며, 때문에 일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곤충, 풀, 나뭇잎 따위를 먹이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아동기금은 에티오피아의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축소했으며, 서아프리카 말리에서는 약 20만명의 난민 어린이들이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자선단체 ‘코러스인터내셔널’은 내전 중인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설치한 진료소가 의료품 부족에 허덕이자 이곳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

유니세프는 지난 5월부터 수단 난민캠프에서 5세 미만 어린이 약 1200명이 홍역과 영양실조로 사망했으며, 의료 지원이 중단돼 수천명의 신생아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올해 8억3500만달러가 필요한 유니세프는 현재 4분의1 정도의 예산만 모금했다.

가장 큰 문제는 올해 발생하는 최악의 기상이변이 아프리카대륙을 덮치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동아프리카 지역은 40년만의 기록적 가뭄으로 식량난이 더 극심해졌고, 북아프리카는 기록적 대홍수(리비아), 강진(모로코)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인구가 더 증가한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도 선진국들이 아프리카 구호기금이 축소한 이유는 밀과 에너지 등 필수품 가격 상승과 ’원조 대신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이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선진국들의 지난해 아프리카 원조 규모는 290억달러로 전년 대비 8%포인트가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이들 국가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액수는 10억달러에서 160억달러로 16배나 늘어났다.

아리프 후세인 WF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들어 도처에서 ‘기부자들의 피로감’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WFP는 식량 배급 절반가량 삭감하거나 지원 대상자를 줄여야 할 처지”라고 털어놨다.

김지애 기자(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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