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10.02. 오전 2:06 수정2023.10.02. 오전 2:08
미국 연방정부의 업무정지(셧다운)를 피하기 위한 임시 예산안 처리 후 공화당이 내홍에 빠진 모습입니다.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민주당의 지원을 받아 임시 예산안을 처리한 뒤 공화당 강경파는 하원의장 해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면 매카시 하원의장은 물론 공화당 내 온건파는 강경파 비판에 나섰습니다.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1일(현지시간) CNN에서 "모든 사람의 공통점은 아무도 케빈 매카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이번 주에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친(親) 트럼프인 게이츠 의원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 매카시 의원으로,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와 함께 임시예산 처리 과정에서 정부 지출 대폭 삭감, 강경한 이민정책 반영 등을 요구했습니다. 게이츠 의원과 프리덤 코커스 등 공화당 강경파 21명은 이런 이유로 지난달 29일 매카시 의장이 주도한 임시예산안 처리를 부결시켰으며 이에 따라 셧다운 위기가 고조됐습니다. 당내 강경파 설득에 실패한 매카시 의장은 전날 정부지출 삭감 등 정치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내용은 뺀 이른바 '깔끔한(clean) 임시예산안'을 전격적으로 제안하고 하원에서 처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덕분에 셧다운은 피했으나 공화당 내부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민주당(212명)이 거의 전원 찬성(209명)한 반면 공화당(221명)에서는 126명만 찬성표를 던지면서 공화당 소속의 매카시 하원의장이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프리덤 코커스 의장인 앤디 빅스 하원의원(공화·애리조나)은 전날 임시예산안 처리 뒤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케빈 매카시는 오늘 자기 당의 편에 서는 대신 209명의 민주당 의원과 함께 조 바이든·낸시 펠로시· 척 슈머의 정부 지출 수준과 정책들을 유지하는 임시예산안을 처리했다"면서 "하원의장으로 남아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프리덤 코커스 소속인 밥 굿 하원의원(공화·버지니아)도 하원에서 엑스에 올린 글에서 209명의 민주당 의원이 임시예산안에 찬성한 것에 대해 "미국을 파괴하는 바이든·펠로시·척 슈머 정책을 유지하고 우리를 파산하게 할 지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현재 하원 규칙에 따르면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은 개별 의원이 제출할 수 있습니다. 매카시 하원의장이 지난 1월 15차례 투표 끝에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당내 강경파의 협조를 받기 위해 기준을 완화했기 때문입니다. 해임결의안이 제출되면 이는 긴급 사안으로 다른 의사일정보다 우선해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되게 됩니다. 해임결의안 가결 정족수는 단순 과반(218명)입니다. 공화당 강경파에 더해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절대적인 다수가 찬성해야 가결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당내 대다수 의원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공화당이 근소하게 과반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해임결의안 부결을 위해서는 민주당의 표가 일부 필요할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망했습니다. 이와 관련, 게이츠 의원은 "매카시 하원의장이 계속 하원의장으로 남는 유일한 방법은 민주당이 도와주는 것"이라면서 "아마 그들(민주당)은 그렇게 할 것이며 매카시는 민주당과 거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친(親) 트럼프인 매카시 하원의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 매카시 의장 지원 ▲ 공화당 온건파와 함께 새 공화당 하원의장 선출 추진 ▲ 민주당 소속 하원의장 재추진 등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CBS 방송에 출연해 해임결의안과 관련, "그건 새로운 것이 아니"라면서 "내가 하원의장에 출마할 때부터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는 살아남을 것"이라면서 "이것은 게이츠와 개인적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게이츠 의원에 대해 "그는 국경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보수적인 법안에도 반대표를 던졌다"고 비판했습니다. 온건파인 마이크 롤러 하원의원(공화·뉴욕)도 ABC 방송에 나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임시예산안 처리를 옹호한 뒤 게이츠 의원의 해임결의안 추진 발언에 대해 "망상적 사고에 따른 비판"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현영 기자 leehy@sbs.co.kr 기자 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