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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10-06 12: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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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도 결국 국경장벽 세운다…트럼프 "나에게 사과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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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3.10.06. 오전 10:40  수정2023.10.06. 오전 10:51

 

불법 이민자 유입이 많은 미국 텍사스주 남부 스타 카운티 인근에 트럼프 정부 시절 건설을 시작했던 국경 장벽이 공사가 중단된 채 세워져 있다. 국토안보부는 5일(현지시간) 이곳의 장벽 공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남부 국경 장벽 건설을 비난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밀려드는 불법 이민에 다시 벽을 세우기로 했다.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들도 강제 추방키로 하는 등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국토안보부는 5일(현지시간) 이민자들의 불법 입국이 많은 텍사스주 남부 스타 카운티에 장벽을 추가로 짓기 위해 26개 연방법의 적용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성명에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 부근에 물리적인 장벽과 도로를 건설해야 할 시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장벽을 세우기 위해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현재 연방법상으로는 해당 국경 지역에서 도로 등의 건설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곳에 리오그란데 밸리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 등이 걸쳐 있어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행정조치를 통해 이 법의 적용을 유예했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환경 평가 검토나 환경법 위반에 따른 소송을 피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2017년부터 임기가 끝난 2021년 1월까지 총 724㎞의 장벽을 세울 수 있었다.  
 

미국-멕시코 국경 사이에 대형 장벽을 세우면서 이 지역에 걸쳐 있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의 생태계를 파괴할 거란 환경단체들의 지적이 제기돼왔다. AP=연합뉴스그러는 동안 환경단체에선 "야생 동물 서식지의 중심을 통과하는 장벽이 이들의 이동을 막고 피난처를 파괴하고 있다"(생물다양성센터)는 비판이 나왔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 추가로 국경 장벽을 짓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었다. 취임 직후 "남부 국경 전체에 걸쳐 거대한 장벽을 짓는 것은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장벽 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임기 내내 발목을 잡은 불법 이민자 문제가 상황을 바꿔놨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방역을 명분으로 불법 입국자를 즉시 추방할 수 있었는데, 지난 5월 이를 폐지하면서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중남미 불법 이민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회계연도 동안, 스타 카운티 지역에만 약 24만4000 명의 불법 이민자가 들어왔다.  

이번엔 새로 짓게 될 장벽은 트럼프 정부 시절 세운 것에 이은 32㎞ 구간이다. 비용도 트럼프 정부가 2019년 회계연도에 이미 마련해 둔 자금에서 집행하게 되는데, 해당 예산은 올해 안에 써야 한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예산이 국경 장벽용으로 정해져 있었고, 명목 변경을 하려 해도 의회가 승인하지 않았다"며 "내가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강조했다.'국경 장벽이 효과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에선 대선을 1년 앞두고 '바이든 표' 이민 정책에 대한 공화당 공세가 거세지면서 결국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미뤘던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에 대한 추방도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간 연방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인권 상황 등을 고려해 인도적 이유로 베네수엘라에서 밀려들어 오는 불법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쫓아내진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퇴임 후인 지난 2021년 6월에도 텍사스주의 국경 지역을 찾아 자신이 세우기 시작한 국경 장벽 앞에서 공사재개를 촉구했다. 로이터=연합뉴스하지만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지금도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CBS 방송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5만명의 베네수엘라인이 불법으로 미국-멕시코 국경을 건넜다.  

한편 국토부의 장벽 건설 재개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바이든이 (정책을) 옮기는 데 너무 오래 걸렸고, 알 수 없는 곳에서 들어 온 1500만 명의 불법 이민자가 이 나라에 넘치게 했다"며 "이에 대해 나와 미국에 사과할 텐가"라고 조롱 섞인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그의 사과를 기다리겠다"라고도 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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