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스토니아 정부 모두
"인위적 '외부활동' 결과 가능성"
러시아 등 개입 가능성도 제기돼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해저 가스관 ‘발틱코넥터’를 에스토니아 쪽에서 바라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해저 가스관과 통신 케이블 총 3개가 손상된 것과 관련, 핀란드 측이 고의적 ‘외부 활동(outside activity)’의 결과물일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된다. 사보타주(파괴공작)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선을 그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후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한 와중에 이번 가스관 훼손에 개입했을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가스관과 통신케이블이 파손된 원인이 아직 불분명하다면서도 “외부 활동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에스토니아와 협력하에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연락했으며, 나토가 조사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노 페브쿠르 에스토니아 국방장관도 이날 수도 탈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스관과 통신케이블의 피해가 “기계적이며 인위적임을 확인하는 사진을 받았다”고 밝혔다. 

파손된 가스관은 핀란드-에스토니아 간 길이 77㎞인 ‘발틱코넥터’로, 운영사인 핀란드 가스드리드는 파손 가능성을 감지한 후 가스 누출 우려로 지난 8일부터 가스를 차단한 상태다. 가스관은 핀란드 해역, 통신케이블은 에스토니아 해역에서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가 10일(현지 시간) 수도 헬싱키에서 발틱코넥터 가스관 파손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양국 정부 측의 발언은 가스관과 통신 케이블 손상이 자연적 사고가 아니라는 점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에스토니아 지질조사국의 지질학자 하이디 수살루는 현지 공영방송 ERR에 “발틱코넥터의 손상이 의심되는 동안 폭발과 유사한 상황이 관측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이번 가스관 파손이 지난해 9월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드스트림’ 폭발 사고를 연상케 한다고 전했다. 당시 이 가스관이 지나는 덴마크·스웨덴 당국은 모두 폭발 원인으로 사보타주를 지목했지만, 배후가 누구인지는 현재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가스관 파손과 관련해서도, 핀란드 당국이 “가해자를 성급히 추측하지 말라”고 차단에 나섰음에도 러시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