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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02-13 11: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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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돈되는 중국경제] 반도체 3국 워싱턴 ‘비밀’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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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돈되는 중국경제] 반도체 3국 워싱턴 ‘비밀’ 협의
내용

 

입력2023.02.13. 오전 9:34   수정2023.02.13. 오전 9:36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3국이 워싱턴에 모여 ‘반도체 비빌 협의’를 한 게 지난달 27일의 일이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와 관련 기술과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협의에 비밀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협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회의 당사자인 미국이나 일본 네덜란드 정부 모두 아무런 논평을 내지 않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 많다는 이야기다. FT 등 외신들도 최종 합의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두 번째는 네덜란드의 입장이다. 일본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 찬성하는 나라다. 지난달 13일 열렸던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의 도전에 공동대응하고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대량 수출하는 네덜란드의 입장은 다르다.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방해할 수 없다는 말로 일단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모양새다.

네덜란드와 중국은 지난해 발리 G20 회담에서도 무역의 정치화에 반대한다는 데 합의한 상태다. 물론 네덜란드는 EU와 NATO 회원국인 만큼 서방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나라다.

특히 반도체 비밀협의를 미국이 주도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반도체 원천 기술과 금융 그리고 시장에 대한 3대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 반기를 들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통제력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제조업 경쟁력 퇴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업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만드는 네덜란드 ASML의 지분 50%는 미국 소유다. EUV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 55%도 미국산을 사용한다.네덜란드가 미국을 배신할 수 없는 구도다.

이번 3국 협의의 배경에는 반도체 설비 6강 기업이 존재한다. 6강 기업은 네덜란드 ASML을 주축으로 미국의 어플라이드 매트리얼스(Applied Materials), 램리서치(Lam Research), KLA 외에 일본의 니콘 TEL 등이다.

반도체를 만들려면 1000개 이상의 장비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핵심 장비는 포토리소그래피다. 2층 버스 크기의 이 장비는 200톤 정도의 무게를 자랑한다.

극자외선인 EUV 광선으로 웨이퍼에 미세하게 홈을 파고 회로를 인쇄하는 데 사용한다. 목판에 조각칼로 오리는 과정을 연상하면 된다. 조각 후 남는 실리콘 덩어리가 바로 트랜지스터다.

칩 단위당 트랜지스터 수가 많을수록 반도체 성능도 올라간다. 자외선(UV)을 이용하는 것 보다 심자외선(DUV)이나 극자외선(EUV)이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이 장비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가 바로 ASML이다. ASML 장비를 모두 실으려면 보잉 747가 3대가 필요하다. 가격도 1억 6000만 달러 수준이다.

ASML의 경쟁사는 캐논이나 니콘 정도다. ASML이 일본을 제치고 시장 점유를 늘려나간 게 2000년 이후다. EUV 기술을 활용한 유일한 업체다 보니 시장 점유율도 80%에서 90% 사이다.

니콘의 경우 UV 보다 고급인 DUV를 사용한다. 인텔 삼성 TSMC 등도 2012년부터 ASML의 주요 투자자이자 고객이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를 견제하는 이유도 바로 EUV 기술에 있다. 인공지능과 초음속 핵무기 등에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국 SMIC가 ASML에 최신식 EUV 장비 수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한다. 2019년 6월 당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직접 네덜란드를 방문해 중국에 EUV 수출을 막았을 정도다.

결국 SMIC는 ASML로부터 DUV 급 장비를 수입하는 데 만족한다. ASML 입장에서 중국은 2020년 기준 전체 매출 중에 17%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중국의 반도체 시장은 2020년 기준 1434억 달러 규모다. 중국 현지 생산은 227억 달러로 전체의 15.9% 정도다. 이 중에서 본토기업 생산은 83억 달러에 불과하다. 점유율로 따지면 5.9%다.

2021년 기준 중국 반도체 생산은 하루평균 10억 개 정도다. 저가품 위주지만 자급률은 36%다. 목표했던 2025년 자급률 70%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중국의 반도체 매출은 전 세계의 1/3을 차지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을 모두 합친 규모다. 2000년 반도체 매출 점유율 1/5에 비하면 큰 폭의 성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반도체는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생산은 물론 수출 수입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다.

중국 반도체 통계를 보면 11월 말까지 3295억1000만 개를 생산한 것으로 나온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억 개나 줄어든 수치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폭의 감소다.

미 중 반도체 전쟁이 격화된 여파다. 게다가 미국은 중국에 대한 DUV 급 반도체 장비의 수출을 막으려 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협조가 꼭 필요한 형국이다.

최근 미국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중국 반도체 기업 취업도 제한할 기세다. 반도체 연구개발이나 생산 지원까지 막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달 29일 WSJ에서 중국이 지난 2년 반 사이 10차례 이상 7나노에서 14나노급 반도체를 구매한 사실을 폭로한 이후 의회까지 나서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구매 기관은 1997년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CAEP(중국공정물리연구원)이다.

핵무기를 연구하는 기관에 대한 미국의 규제에 구멍이 난 셈이다. CAEP가 구매한 인텔 Xeon Gold와 GeForce RTX 반도체 설계도는 중국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에서도 구매 가능할 정도다.

아무튼 반도체를 둘러싼 미 중 대결은 갈수록 수위를 높이는 형국이다. 첨단무기나 인공지능 등의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8월 9일 반도체 법을 시작으로 중국에 대한 제재 수위를 계속 높여나가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를 보면 앞으로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28나노 이하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미 중 반도체 전쟁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중국 시안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이나 우시와 다롄에 공장을 운영 중인 SK하이닉스도 미 중 간 다툼의 수위를 보다 면밀히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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