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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10-25 11: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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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나토 가입, ‘EU 이단아’ 헝가리 오르반 손에 달렸다
내용

 

입력2023.10.25. 오전 11:0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해 온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위한 9분 능선을 넘었다고 로이터 통신과 CNN 등 주요 외신이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전날 튀르키예 의회에 스웨덴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나토 의정서(프로토콜)의 비준을 요청했다. 나토의 새 회원국이 되려면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스웨덴과 함께 나토 가입을 추진한 핀란드 역시 이 과정을 거쳐 지난 4월 회원국이 됐다. 그동안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막은 튀르키예 의회는 이달 중 본회의를 열어 스웨덴 가입 비준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에 그동안 이 문제에 변심(變心)을 거듭해 온 빅토르 오르반(60) 헝가리 총리가 버티고 있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언제 성사될지 종잡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나토 회원국은 헝가리만 남았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연합(EU)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노골적 친(親)러시아 성향을 보이며 서방과 러시아 간 양다리를 걸쳐온 ‘유럽의 이단아’다. 지난해 총선 압승으로 2026년까지 집권이 보장됐다. 총 20년 넘는 ‘초(超)장기 집권’ 길이 열리자 정치적 환경이 유사한 러시아·중국과 더 밀착하고 있다. 지난 17~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국제 협력 정상 포럼’에 EU 정상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그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헝가리는 러시아와 대립하고 싶었던 적이 없다”며 “최대한 협력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등은 “오르반 총리는 장기 집권을 보장해 줄 (포퓰리즘적) 경제 정책을 지속하기 위해 EU 보조금, 러시아의 에너지 지원, 중국의 자본 투자 등이 모두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오르반 총리는 당초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고, 이후 헝가리 외무 장관도 “스웨덴에 대한 비준은 단지 기술적 문제”라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지난해 6월 발트해에서 14개 나토 회원국과 나토 가입 의사를 밝힌 핀란드, 스웨덴이 참여하는 '발톱스(Baltops) 22' 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변심의 조짐이 보였다. 헝가리 의회는 지난 3월 핀란드의 나토 가입 비준안만 처리하고 스웨덴 비준안은 표결하지 않았다. 오르반은 급기야 지난달 25일 헝가리 의회 연설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 처리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오르반 총리는 이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빨리 비준해야 할 시급한 이유가 없다”고 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드러난 러시아의 ‘무력에 의한 팽창 정책’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돌연 이를 인정 못 한다는 식으로 나왔다. ‘러시아는 유럽을 위협하지 않는다. 서방이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는 러시아 입장에 동조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헝가리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볼모로 ‘거래’를 시도한다는 의견도 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갑작스레 양국 간 외교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그는 “스웨덴 정부가 자국 청소년에게 헝가리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스웨덴이 지난 2019년 중등학교용 교육 자료 영상에서 헝가리를 ‘민주주의가 침해되는 나라’로 묘사했다는 것.

튀르키예도 스웨덴이 반(反)튀르키예 정책을 펼친다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어깃장을 놨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은 “오르반 역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렛대 삼아 자신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EU의 견제를 무마하고,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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