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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02-20 12: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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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핵폭탄급 제재’ 직면한 중국 반도체
글쓴이 편집인 글잠금 0
제목 ‘핵폭탄급 제재’ 직면한 중국 반도체
내용

 

입력2023.02.20. 오전 12:01

 

부메랑이 된 대러시아 반도체 수출
미국·일본·네덜란드, “중국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접근 원천봉쇄”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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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제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에서는 중고품 가격이 신품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장비만 나오면 중국 기업들이 가격을 묻지 않고 사들이다 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해요.

2월 들어 전 세계의 눈은 미국의 중국 정찰풍선 격추에 쏠려 있지만, 중국 산업계는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 3국의 대중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 합의가 더 심각한 ‘발등의 불’입니다.

미국 상무부는 작년 10월 14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제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죠. 여기에 일본과 네덜란드까지 합류한 겁니다. 세 나라는 세계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해요. 사실상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봉쇄에 들어간 겁니다. 이번 제재로 중국 반도체 산업이 세계 수준을 따라잡는 데 2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요. 그러다 보니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에 장비 하나라도 더 사기 위해 중고 장비를 싹쓸이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중국 반도체 업계의 중고 장비 싹쓸이를 보도한 대만 인터넷 매체. /디지타임스

미국 이어 유럽·일본 문도 닫혀



세 나라는 수개월간의 협의를 거쳐 1월말 대중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에 합의했어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전문가들은 작년 10월 미국이 내놓은 제재가 기준이 될 것으로 봅니다. 미국은 14나노 이하의 로직 칩, 18나노 이하의 디램, 128단 이상의 낸드 메모리 생산에 들어가는 장비와 자재 수출을 금지했죠.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1월17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중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 문제를 협의했다. /백악관
반도체는 얇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나노 단위의 미세한 회로를 새겨 만듭니다. 불순물이 없도록 표면을 씻고 진공 상태에서 증기 형태의 금속화합물이나 감광제를 코팅하고 나서 코팅된 표면에 빛을 쏴 회로를 그리는 수백 개의 복잡한 공정이 있습니다. 세정, 증착(蒸着), 식각(蝕刻), 이온 주입, 노광 등으로 부르는 이런 공정에는 첨단 장비가 대거 소요되는데, 90% 이상을 이 세 나라가 공급해요.

2019년부터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은 반도체 장비, 소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하지만 일본이나 유럽 쪽 문이 열려 있어 그나마 숨통을 텄죠. 이번 제재로 그 마지막 문마저 닫혀 버린 겁니다.
 

‘석기시대’ 돌아가는 중 반도체



가장 중요한 장비는 빛으로 웨이퍼 표면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장비죠. 7나노 이하의 미세 공정 제품을 생산하려면 네덜란드 ASML이 공급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꼭 필요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수시로 ASML 최고경영자를 만나 관계를 다지는 것도 그만큼 이 장비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EUV의 전단계 제품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도 여전히 많이 쓰이는데, DUV 중 일부 최신 장비는 14나노 반도체까지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합의로 이 최신 DUV 기종도 수출 금지 품목에 포함될 것이라고 해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는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ASML
이 장비 수급이 어려워지면 중국은 28나노 이상의 구형 반도체만 겨우 자체 생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자급률은 20% 수준에 불과해요.

2020년 기준 노광장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네덜란드 ASML이 63%, 일본 캐논이 30%, 니콘이 7%를 차지합니다. 네덜란드와 일본 기업이 100% 장악한 시장이죠. 중국은 상하이마이크로전자(SMEE)가 노광장비를 만드는 데 90나노급 장비라고 합니다.
 

세 나라, 세계 시장 점유율 91%



전체 제조 장비 시장으로 보면 미국이 41%, 일본 32%, 유럽 18%, 한국 4%(2019년 기준) 등의 순이에요. 미국과 일본, 유럽을 합친 시장 점유율이 91%입니다. 세 나라가 힘을 합치면 중국은 사실상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 접근이 불가능해지죠.

대만 자유시보는 이번 통제 조치 합의를 ‘핵폭탄급 제재’라고 했는데, 지나치지 않은 표현입니다. 일부 중화권 언론은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교수형’이라고 썼더군요.
 

2월15일 중국반도체협회가 발표한 항의 성명. 이 협회는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의 대중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큰 피해를 주는 것과 동시에 전 세계 산업과 경제에도 예측하기 힘든 손실을 안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반도체협회
중국은 강도 높게 반발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시장경제 원칙과 국제 무역 규칙에 반하는 적나라한 과학기술 패권주의”라고 비판했어요. 작년 12월엔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불공정 무역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습니다.
 

멀어진 반도체 자립



이번 제재는 미중 경쟁 과정에서 일어났지만, 중국이 자초한 측면이 적잖아요. 중국이 작년 무기용으로 쓰일 수 있는 반도체를 러시아에 대량 수출하면서 유럽의 위기감을 고조시킨 겁니다.

네덜란드는 그동안 대중 반도체 제조장비 금수 조치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어요. 자국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거론하면서 총리와 담당 장관이 대놓고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ASML은 중국시장 매출이 전체 매출의 16%가량을 차지해요. 일본 기업들도 중국 매출 비중이 25% 전후에 이릅니다.
 


미국은 러시아 미사일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 등을 중국이 공급하는 점을 들어 수출 통제 합류를 설득했다고 해요.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결을 위해 봉쇄 조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중국은 한해 반도체 수입액이 4000억 달러 이상으로 원유 수입액보다 더 많아요. 미국에 필적하는 군사력을 구축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려면 반도체 분야의 약진이 시급합니다.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은 매년 평균 100개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새로 건설하는데, 미국의 제재로 공장 건설을 연기하거나 구 공정으로 전환해야 할 형편이 됐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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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find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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