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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2-08 11: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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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법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韓 정부 책임 첫 인정
내용

 

입력2023.02.07. 오후 3:25   수정2023.02.07. 오후 4:25

 

민간인 학살에 대한 국가배상 인정된 첫 사례
소멸시효 등 韓정부 주장 받아들이지 않은 法
응우옌 티탄 “학살 영혼들이 위로해줬다 생각”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인 응우옌 티탄 씨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국 상대 민사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일부 승소한 뒤 화상 연결을 통해 미소를 짓고 있다./뉴스1
베트남전 당시 파병된 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과 관련해 1심 법원이 한국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는 민간인 학살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꼽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7일 응우엔 티탄(64)씨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소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응우옌씨에게 3000만100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의 증언과 당시 마을 민병대원 등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응우옌 티탄씨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해병 제2여단 1중대 군인들이 실탄과 총으로 위협하며 가족들로하여금 밖으로 나오게 한 뒤 총격을 가했다”며 “이로 인해 원고의 가족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원고 등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응우옌 티탄씨의 모친은 외출 중이었는데, 군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 곳으로 강제로 모이게 한 뒤 총으로 사살한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며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 측 주장을 대다수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 군복을 입고 베트남어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한국군이 가해자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베트콩(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이 한국군으로 위장했거나 북한 심리전 부대의 개입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게릴라전으로 진행된 베트남 전쟁의 특성상 정당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한국 정부 측은 지난 1965년 9월 한국과 월남 사이에 체결된 한·월 군사실무 약정에 따라 한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소멸됐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군사 당국과 기관 간 약정서는 합의에 불과하다”며 “베트남 국민 개인인 응우옌 티탄씨의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청구권을 막는 법적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쟁점이 됐던 소멸시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응우옌 티탄씨는 베트남전 당시인 1968년 2월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70여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에서 가족들을 잃고 자신도 총격을 입었다며 2020년 4월 3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응우옌 티탄씨를 대리했다.

베트남에 있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응우옌 티탄씨는 이날 “승소 소식을 듣고 너무도 기뻤고 즐거웠다”며 “(학살 사건의) 영혼들이 저와 함께 하며 저를 응원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지환 기자 j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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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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