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중동전과 의회의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분위기 때문에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는 우크라이나와 유럽국들이 미국에 지원 약속 로비를 펴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주말 우크라이나 정부 및 군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항목들을 제시했다. 미 해병대의 상륙작전 훈련, 러시아군 활공폭탄용 대공망, 집속탄이 아닌 장거리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등이 포함됐다.
대표단은 자신들이 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임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해병 출신 국방 당국자 로만 티치키우스키는 러시아를 하마스에 비유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승리하면 유럽을 위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전쟁에 그치지 않고 학살을 한다”며 러시아, 북한, 이란이 하마스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는 새로운 “악의 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가 절대 멈추지 아닐 것으로 확신한다. 우크라이나가 무너져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단 방문은 국제적 지지가 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환이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전이 지지부진한 것에 더해 이스라엘 상황이 벌어지면서 미국의 관심이 분산되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특히 마이크 존슨 신임 미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배제하면서 우려가 커졌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대통령 명령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는 한도가 54억 달러(약 7조 3305억원) 남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추가로 600억 달러 규모의 지원 예산을 요청했으나 존슨 의장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 30일 미 의원들을 만나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가의 위협이 우크라이나에 그치지 않고 유럽 전체에 미친다고 주장했다.
유럽 각국 지도자들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에선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미국인들 일자리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대표단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한 안드리아나 수삭-아레흐타는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대전차 지뢰에 부상한 특수부대원 출신이다. 그는 F-16 전투기가 속히 지원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살기 힘들다던 그는 10차례 수술을 통해 척추에 티타늄 판 8개를 부착했으며 재활이 끝나는 대로 최전선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그는 “내 손, 척추, 턱이 금속으로 돼 있다. 나는 아이언 레이디(iron lady)”라고 농담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드니프로강을 건너 진격하기 위해 미 해병대의 상륙작전 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영국 해병대가 이미 수백 명의 우크라이나 병력을 훈련하고 있다면서 미국도 훈련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티치키우스키는 “강을 건너 진격하는데 성공하면 크름반도로 신속하게 진격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