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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02-22 11: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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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中 왕이 유럽순방서 나타난 중국의 외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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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中 왕이 유럽순방서 나타난 중국의 외교 딜레마
내용

 

입력2023.02.22. 오전 10:03   수정2023.02.22. 오전 10:06

 

미와 대립하면서도 유럽과 관계 강화하고
러 소외 막아야 하는 진퇴양난 상황
우크라 평화안 제시 등 노력하지만
서방은 중국의 중재 능력 신뢰 안해

[서울=뉴시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출처: 중국 외교부> 2023.02.2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중국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유럽 및 러시아 순방 과정에서 중국이 처한 외교적 딜레마가 잘 드러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왕이 국무위원은 앤토니 블링컨 장관과 충돌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긴밀한 관계를 재확인했다. 왕이는 또 미국과 깊은 동맹관계에 있는 유럽국가들과는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애썼다. 중국 경제에 유리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왕이 국무위원의 유럽 순방은 이처럼 중국이 최대의 교역 상대인 유럽연합(EU)와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러시아를 고립시키지 않고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맞서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왕이는 프랑스 및 독일 지도자들에게 중국이 기후 변화와 자유무역 분야의 교류를 “전면적으로 재개하고” 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만난 자리에선 “중국은 전쟁 장기화와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왕이와 만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 서기는 러시아가 서방이 중국을 비난하는 대만문제, 티벳과 홍콩문제 등 여러 사안에서 중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파트루셰프는 또 시진핑 중국 주석이 봄에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럽국가들을 상대로 한 왕이의 매력 공세는 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빛이 바랬다. 왕이와 만난 조셉 보렐 EU 외교위원장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도록 강력히 요청했다. 무기 지원은 우리와 관계에서 금지선을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의 압박에 중국의 대응은 단순했다. 이면에서 우려를 완화하려 시도할 지라도 공개적으로는 강력하게 비쳐져야 했기 때문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전쟁터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미국이지 중국이 아니며 미국은 중국에 명령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 같은 강경 입장은 유럽국가와 관계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석가들은 유럽국들이 지난 2년 가까이 제재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거의 중단된 대중국 투자를 재개하려면 중국이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이면서 러시아와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왕이 국무위원은 정찰 풍선 격추 문제와 관련 “터무니없는 히스테리”라고 미국을 비난했으며 대만 문제와 관련해 군사적 충돌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컨설팅회사 로디엄 그룹의 중국-유럽 관계 전문가 노아 바킨은 “유럽을 향한 중국의 매력 공세가 뮌헨에서 벽에 부닥쳤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지를 기념하는 행사에서 왕이는 미국에 모든 책임을 미뤘다. 회의 분위기를 잘못 읽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왕이가 미국이 중국에 무역 제재를 가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함으로써 유럽을 신냉전으로 몰아가고 있음을 강조하려 한 것이라고 본다.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자극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의 시장 재진입을 바라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우려하는 유럽 산업계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 미 스팀슨센터 윤선 연구원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가 불가능하며 유럽이 미국의 안보 전략으로 피해를 본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왕이의 유럽 순방은 유럽과 중국 관계가 긴장된 지 몇 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유럽과 중국은 2019년 홍콩시위대 탄압 문제로, 2021년에는 위구르 이슬람교 인권침해 문제로 대립해왔다.

긴장이 높아지면서 중국내 EU 기업 보호를 강화하고 시장 접근을 확대 노력이 중단됐다. 2020년 협상이 타결됐지만 조인되지 못한 것이다.

분석가들은 왕이가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을 방문하지 않은 것을 두고 EU가 대중국 압박을 주도하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왕이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하면서 양국 정상이 중국을 방문하도록 주선했다. 헝가리는 EU 회원국 중 가장 친 중국 성향이다.

바킨은 왕이의 방문지 선정은 “중국과 유럽이 여러 부문에서 대립하지만 유럽과 중국은 협력관계”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은 러시아에 대해 고삐를 조여야 할 이유가 없다. 중국이 미국과 충돌하게 되는 경우 러시아는 미국을 강력히 위협하는 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할 경우 서방과 중국의 관계 악화를 막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왕이 국무위원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평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중국의 평화방안에 대해 유럽 당국자들은 중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도록 설득하는 평화 중재 능력과 의지가 없을 것이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

윤선 연구원은 “중국은 자주 대화를 강조한다. 비용을 들이지 않는 손쉬운 방법이다. 문제는 평화안을 당사자에게 납득시키고 실행하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많은 지식과 공정성, 영향력 행사가 필요한데 중국은 그런 부담을 질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강영진 기자(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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