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전미자동차노조(UAW)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교전 지역 탈출을 돕기 위해 매일 4시간씩 가자지구 북부 교전을 중지하기로 했다고 미국 백악관이 9일(현지시간) 밝혔다. 다만 전면 휴전 가능성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로부터 (교전) 중지 동안 해당 지역 내 군사작전이 없을 것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4시간 교전 중지’는 이날부터 시행되며 매일 교전 중지 3시간 전에 이스라엘이 시행 시간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커비 조정관은 덧붙였다. 그는 이번 조치를 두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한 걸음”이라며 “민간인들이 전투 영향에서 벗어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글을 통해 “민간인들이 전투 지역에서 빠져나오는 동시에 피해 지역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옳은 방향의 조치”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무부 베단트 파텔 수석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이 해온 외교적 노력의 직접적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조치가 한시적인 것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스라엘군 국제미디어담당 대변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제한된 구역 및 시간 내 전술적ㆍ지역적 일시 중지”라고 말했다.
일시적 교전 중단이 전면적 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는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분명히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일리노이주 노조 행사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나서던 중 가자지구 휴전 가능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없다. 가능성이 없다”(None. No possibility)고 답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사흘간의 인도적 교전 중지를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물음에 “그렇다. 나는 사흘보다 더 긴 시간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인질 석방 없는 휴전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전투가 계속되고 있으며 인질 석방 없는 휴전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날 5만 명이 대피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가자지구 주민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쪽으로 피할 수 있도록 안전한 이동 통로를 허용한 것”이라며 “가자 주민에게 다시 한번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이날 “내가 관여했던 거의 모든 전쟁은 대부분이 생각한 것보다 오래 지속됐다”며 “이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하마스 섬멸 목표에 대해선 “상당히 큰 명령”이라며 “이스라엘은 하마스 고위 지도부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는 좀 더 빨리 달성될 수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벨비데어 한 커뮤니티 빌딩에서 열린 전미자동차노조(UAW) 행사에서 붉은색 UAW 셔츠를 입고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일리노이주 벨비데어에서 열린 전미자동차노조(UAW) 행사에 참석해 내년 대선을 겨냥한 친노조 행보를 이어갔다. 붉은색 UAW 셔츠를 입고 연단에 선 바이든 대통령은 UAW가 최근 자동차 메이저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한 파업에서 임금인상 등 요구를 관철한 데 대해 “이번 합의는 UAW 소속 근로자뿐 아니라 미국의 모든 근로자를 위한 게임 체인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 발언도 내놨다. 그는 “중국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전기자동차 시장을 장악하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나는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다른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 왔다”고 했다. 11~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ㆍ중 정상회담 개최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첨단기술 수출 규제 등을 놓고 예상되는 기싸움을 예고하는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