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당시 채권 발행…부채 못 갚아
금융권 "대회 중지나 다른 기업 매각 들어갈 듯"
세계적인 미인대회 '미스 유니버스'가 인수 기업의 파산 신청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해당 대회를 인수했던 태국의 트렌스젠더 재벌의 파산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대회 존속여부에 전세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지난해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를 인수했던 태국 JKN글로벌그룹이 전날 중앙파산법원을 통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JKN은 태국의 대형 미디어 그룹으로, 지상파 TV 채널을 포함해 음료, 건강, 화장품 등 15개의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미스 유니버스 인수와 관련해 설명하는 짜끄라퐁 짜끄라쭈타팁 JKN CEO.(사진출처=JKN)
파산을 결정한 최고경영자(CEO)는 태국 트랜스젠더 여성 사업가 짜끄라퐁 짜끄라쭈타팁이다. 2020년 태국 부자 순위 149위, 아시아 1위 부자 트랜스젠더로 꼽히기도 한 그는 TV 리얼리티쇼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비영리재단을 통해 트랜스젠더의 권리 증진 활동에도 적극 나서왔다.
그는 미스 유니버스가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그간 미혼 여성을 대상으로 했던 참가 자격을 기혼 여성을 포함한 모든 여성으로 확대하는 등 제도 개편에도 힘썼다.
JKN은 지난해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를 2000만달러(263억원)에 인수했다. 미스 유니버스가 165개국에 걸쳐 방송되는 만큼, 인수를 통해 방송 판권 사업의 해외 확장을 시도하자는 취지였다. JKN은 이 과정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지난달 1일까지 1240만달러(163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지 못했고, 이로 인해 결국 파산에 들어가게 됐다.
짜끄라퐁은 인수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스 유니버스 인수는 JKN의 성장을 위한 전략"이라며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니케이는 "금융권 관계자들은 법정 관리 과정에서 미스 유니버스 대회 중지나, 다른 회사에 조직위 지분을 다시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JKN은 현재 홈페이지에 "우리는 대응 전략을 이미 발표한 바 있으며, 오는 18일 엘살바도르에서 열리는 대회는 문제없이 개최될 것"이라고 공지를 걸어놓은 상태다.
1952년에 시작된 미스 유니버스는 한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운영권을 갖기도 했다. 트럼프는 1996년 미국 방송사 NBC와 조직위를 공동 운영하다 NBC 소유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이후 대선 경선 후보 시절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비하해 논란이 되면서 NBC는 함께 사업할 수 없다며 결별을 선언했다. 이후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사인 IMG가 2015년 조직위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