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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11-14 1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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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치료 위해 伊 시민권까지 받은 英 아기, 끝내 숨져
내용

입력 2023.11.14. 오전 11:31

 

교황청까지 나서 치료 돕겠다 밝혔지만 英 법원 거부
멜로니 伊 총리 "할 수 있는 모든 것 했지만 충분치 않아"

 

[노팅엄=AP/뉴시스] 영국 병원에서 연명 치료를 거부당해 치료를 위해 이탈리아 시민권까지 부여 받았던 영국 아기가 생후 8개월 만에 사망했다고 미국 AP통신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진은 사망한 영국 여아 인디 그레고리의 생전 모습. 2023.11.14.

 

[서울=뉴시스]이동현 인턴 기자 = 영국 병원에서 연명 치료를 거부당해 치료를 위해 이탈리아 시민권까지 부여받았던 영국 아기가 생후 8개월 만에 끝내 숨졌다.

13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영국 출신 여아 인디 그레고리를 지원하는 단체 '크리스천컨선(Christian Concern)'은 지난 12일 아기의 생명 유지 장치가 제거된 뒤 13일 아침 사망했다고 밝혔다. 생후 8개월인 그레고리는 미토콘드리아성 희소 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레고리의 아버지 딘 그레고리는 성명을 통해 "나와 아내는 매우 화가 나고 가슴이 아프다"라며 "법원은 아기의 육체와 존엄성을 빼앗는 데는 성공했지만 영혼은 결코 빼앗을 수 없을 것"이라며 영국 법원을 맹렬히 비판했다.

그레고리가 앓고 있던 희소 질환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에서 불치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영국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던 그레고리는 연명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그레고리의 부모는 치료를 계속해달라며 의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 법원은 치료 가능성이 없고 계속되는 연명 치료가 아기에게 고통만 더할 뿐이라며 이 요청을 거부했다. 부모는 이에 항소했으나 판결은 같았다.

이 소식을 접한 교황청은 아기를 로마의 아동전문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6일 긴급 내각 회의를 소집해 그레고리에게 이탈리아 시민권 발급을 결정했다.

이탈리아 영사관은 영국 법원에 그레고리가 로마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아기를 이탈리아로 옮겨 치료받게 하는 것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며 연명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그레고리는 11일 치료받던 영국 퀸스메디컬센터에서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져 생명 유지 장치가 제거된 뒤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번 사건은 영국에서 불치병 아이의 치료를 둘러싸고 부모와 의사 사이에서 벌어진 법적 다툼 중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건이다. 영국 판사들은 부모가 병원에서 제안한 치료 과정에 반대해 소송을 제기해도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대부분의 경우 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조르지오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가능한 모든 것을 다했지만 불행히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동현 인턴 기자(koifla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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