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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2-14 11: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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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평수기 8만마일로 가던 ‘인천-뉴욕’…4월부터는 13만5000마일 써야 한다
내용

 

입력2023.02.14. 오전 11:03

 

대한항공, 오는 4월1일부터 마일리지 제도 개편
기존 지역에 따라 묶던 마일리지 공제…운항거리에 따라 공제 폭 변화
장거리 노선일수록 더 많이 써야 하는데…‘단거리 노선’ 혜택 늘어난다는 입장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계류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일리지(mileage)는 보너스 항공권 구매 및 좌석 승급에 사용되는 게 일반적임….”
 
국토교통부의 ‘2021년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의 ‘마일리지에 관한 사항’ 단락은 이처럼 운을 뗀다. 같은 해 보고서 부록으로 나온 ‘마일리지 정보’ 문서도 “항공사가 여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일종으로 해당 항공사를 통한 항공기 이용 거리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 적립한 포인트로 항공권을 구매하거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제도”라고 마일리지의 통상적인 의미를 설명한다.
 
마일리지가 보너스 항공권 구매와 좌석 승급에 사용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도 항공사 제휴 호텔이나 렌터카 등 상업시설 이용 시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언급했지만, 공제 마일리지가 운항 구간이나 성수기 여부 등에 따라 상이하다고 할 정도로 대부분 내용은 탑승객 관점에서 할애했다.
 
2020년 4월1일 도입 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4월1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 제도를 비판하는 시선은 이러한 보고서 내용과 무관치 않다.
 
◆3월31일까지 8만마일인 ‘인천-뉴욕’…4월1일부터는 13만5000마일 필요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가장 인기 있는 노선인 ‘인천-뉴욕’ 편도 가격(평수기 기준)은 이코노미석 130만원, 프레스티지석 429만원, 일등석 730만원 수준으로 마일리지 개편이 이뤄지기 전인 오는 3월31일까지 발권한다면 각각 3만5000마일, 6만2000마일, 8만마일 정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하루 차이로 4월1일부터 같은 노선 티켓을 마일리지로 구매한다면 각각 4만5000마일, 9만마일, 13만5000마일 수준으로 훌쩍 늘어난다.
 
노선 가격을 마일리지로 환산한 1마일리지의 가치도 이코노미석은 37원→29원, 프레스티지석 69원→48원, 일등석 91원→54원으로 뚝 떨어진다. 이는 대한항공이 기존에 같은 지역으로 묶인 국가에 대해 동일하게 마일리지를 차감했지만, 4월부터는 운항거리에 따라 마일리지를 공제하기로 한 데 따른 결과다.
 
2019년 보너스 항공권 이용 분석에서 장거리 노선 비율이 24%고 나머지가 단거리 노선이라는 점에서 마일리지 제도 개편에 따라 기존보다 공제 폭이 낮아진 단거리 노선 승객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입장이다.
 
인천에서 일본 후쿠오카로 가는 노선(비수기 기준)이 기존 1만5000마일이 필요했던 것에서 4월1일부터는 1만마일이면 갈 수 있고, 인천-상하이 노선도 1만5000마일에서 1만2500마일로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많은 미국 하와이도 미주 지역으로 분류돼 기존 3만5000마일에서 3만2500마일로 공제 폭이 줄어든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처

 
◆마일리지는 ‘탑승권 구매’에 쓰는 승객 관점…물건 구매는 ‘글쎄’
 
하지만 마일리지는 장거리 노선 탑승권 구매 시 쓴다는 승객의 관점과 단거리 노선은 저가항공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마일리지 개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갑지만은 않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YTN 라디오 ‘생생경제’ 인터뷰에서 “중단거리는 저가 항공사가 많기 때문에 선택의 가능성이 많다는 게 소비자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항공사가 회원들이 일상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가전 구매 등으로 사용처를 넓힌 데 대해서도 마일리지는 좌석 승급에 쓰이는 게 일반적이어서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이 교수는 더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오는 3월2일까지 ‘스카이패스 딜’ 기획전을 진행하고 가방, 지갑, 홈트레이닝 기구 등 32개 품목을 마일리지로 살 수 있다고 지난 9일 공지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월에는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과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휴를 맺는 등 사용처를 계속 확대해오고 있다.
 
이에 이 교수는 “소비자들이 마일리지를 축적할 때는 항공이나 해외 관련 용도로 사용하고 싶지 국내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들에 쓰고 싶은 소비자는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한항공이 코로나로 인해 소비되지 않은 마일리지 사용처를 다양화하겠다는 의사표시는 했지만,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항공권 마일리지로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는 없다고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 철회해야” 촉구도
 
이와 별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1월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을 둘러싼 소비자 불만에 따라 공식 심사에 나섰으며, 그 결과는 오는 4월에나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에서 마일리지 개편안이 ‘개악 수준’이라면서 “125개 국제선 노선 중 64개 노선의 인하, 12개 노선 현상유지, 49개 노선의 인상을 발표했다”며 “공제 비율이 다소 인하된 단거리 노선의 경우 기존에 구간효율이 좋지 않은 지역이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마일리지 적립 비율이 높지 않은 지역”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해 재검토 할 것을 요청했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대한항공이 발표한 마일리지 개편안의 전면 철회토록 강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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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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